[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코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여오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45세 프로젝트’다. 지난 2016년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여오현을 45세까지 뛰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가동됐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여오현은 지난해가 딱 45세였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됐고, 생일(9월2일)이 지나지 않은 여오현은 44세가 됐다.
최근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캐슬에서 만난 여오현 플레잉 코치는 프로젝트에 대해 “엄연히 말하면 지난해까지였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44세다. 44세라 하고 다니니 나는 좋다”라고 웃으며 “아직 그 프로젝트에 변화는 없다. 감독뿐 아니라 구단, 코칭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려진 나이만큼이나, 기량도 전성기 못지 않다. 여 코치는 지난시즌 28경기 74세트에 출전해 52.47%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직전 시즌보다 출전 시간이 늘어났음은 물론, 이 수치는 남자부 리시브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건재함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여 코치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다만 체력이 문제다.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V리그 남자부 최다 FA(자유계약) 계약까지 체결했다. 지난시즌 이후 생애 5번째 FA 자격을 얻은 여 코치는 박철우(한국전력)과 함께 남자부 최다 타이를 이뤘다. 연봉도 훌쩍 올랐다. 1억400만 원(연봉 1억 원+옵션 4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연봉1억 5000만 원+옵션 1억 원)으로 140% 가까이 증가했다. 여 코치는 “감사하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며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차기시즌을 앞두고 훈련 프로그램에 변화를 줬다. ‘파워’와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역도와 파워리프팅 등을 훈련에 추가했다. 역도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파워와 스피드가 필요로 하는 종목이다. 볼이 올 때 순간 스피드와 힘으로 공격을 하는 배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들지 않았던 무게와 자세였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힘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여오현 역시 “웨이트트레이닝 프로그램 자체의 강도를 강하게 잡았다. 아직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선수들 몸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효과를 실감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시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리빌딩 선언 후 3시즌 만에 상위권인 정규리그 2위에 안착, 4시즌 만에 봄배구에 올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3연패했다.
여 코치는 “마지막이 아쉬웠다. 그래도 2년을 어렵게 보냈고, 버티고 버텨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고비를 넘어섰다면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라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그렇게 버티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바뀐 미카사 볼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오현은 “조금의 변화는 있을 것 같다. 내가 대표팀에 있었을 때보다는 묵직한 느낌이다. 스타볼보다는 미카사가 받기에는 더 편할 듯하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파이크 서브는 괜찮을 텐데, 플로터 서브는 변화가 심해서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나는 미카사가 감각적으로 더 좋다”고 했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시즌부터 시작해 어느덧 20시즌째를 바라본다. 지난시즌에는 V리그 사상 최초 6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 코치는 “내가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코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또 경기에 투입돼서는 밝게, 항상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목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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