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한 줄로 모든 것을 이야기한 카피로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 통신사 광고에 출연했던 예천 용문사 청안 스님이 입적했다. 향년 87세.

26일 용문사에 따르면 이곳 주지로 있던 청안 스님은 지난 23일 오전 5시50분경 용문사 경내 동향각에서 입적했다. 청안 스님은 지난 1998년 배우 한석규와 함께 CF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62세였던 당시 청안 스님은 SK텔레콤 광고에 등장했다. 솨솨 바람소리만 가득한 대숲에서 갑자기 요란한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고, 황급히 휴대폰을 끄고 멋쩍은 표정으로 스님과 걸음을 맞추는 한석규의 모습을 담은 광고였다.

이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려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전국 어느 곳에서나 통신이 잘 터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유명 광고였다.

청안 스님은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월주 스님의 추천을 받아 “이것도 포교려니”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V 광고에 출연 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자 예천 용문사로 들어가 1999년부터 주지로 지내왔다.

용문사에서 청안 스님은 절의 문화재를 보존할 성보박물관을 건립했고, 2019년에는 이 사찰의 대장전과 윤장대를 국보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를 품수했다.

대종사란 비구 법계의 1급으로 나이 60세, 승랍(승려가 된 햇수) 40년 이상의 특히 뛰어난 승려에게 주어지는 직위다.

빈소는 용문사 내 영남제일강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장으로 치러진다. 27일 오전 9시 용문사 대웅전 앞마당 영결식을 거쳐 김천 직지사에서 다비장을 거행한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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