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역사에 남을 반전이다. 5월 중순 승패 마진 마이너스 14로 최하위였던 팀이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순위표 상단에 올랐다. 지난 몇 시즌도 ‘슬로 스타터’ 면모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훨씬 강렬하다. 6월부터 마법 폭풍을 일으키며 리그 판도까지 바꾸고 있는 KT 얘기다.

5월 18일 10승 24패 2무 10위. 그리고 일주일 후인 5월 25일까지도 순위표 가장 아래에 자리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연달아 발생하며 하염없이 추락했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선발 투수 소형준도 팔꿈치 수술 판정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앞이 막막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잘못된 조각들을 다시 맞췄다. 고전했던 보 슐서를 대신해 윌리엄 쿠에바스를 다시 데려와 팀의 최대 장점인 선발진을 재정비했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은 시점에서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도 하나둘 돌아왔다.

그러면서 2년 전 통합우승을 달성했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6월부터 지난 8일까지 49경기를 치렀고 34승 15패로 고공 질주했다. 후반기는 거의 무적이다. 13승 3패 승률 0.813으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페이스다. 최근 10경기 중 9경기에서 승리했다. 지난 주말까지 6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8일 기준 시즌 전적 50승 44패 2무. 순위표에서는 4위지만 3위 NC와 승차가 없다. 그리고 2위 SSG를 어느덧 3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편식 없이 먹어 치운 결과다. 상·하위 팀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이겼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었던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고척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이후 삼성, LG, NC, SSG, 두산에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다른 팀은 KT와 만나면 승패 마진이 줄었고, KT는 승리를 챙기며 승률과 순위가 계속 오른다.

유독 긴 연승 후 긴 연패가 잦은 2023시즌이다. 그 결과 3위 자리도 수시로 바뀐다. 초반에는 롯데와 NC가 LG·SSG와 3강을 형성하는 것 같았는데 두 팀 모두 상승세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2강 체제가 굳어지는 것 같았던 시즌 중반, 두산이 11연승을 질주해 3강 체제로 재편을 노렸지만 두산 또한 연패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KT는 6월부터 꾸준하다. 아직 45경기 이상이 남은 가운데 꾸준함을 유지하면 최상위권 판도도 바뀐다. 후반기 승률 5할 이하(6승 8패)인 SSG가 KT의 다음 목표 지점이 될 수 있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한 과제도 설정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8일 수원 한화전에 앞서 앞으로 과제는 불펜이라고 밝혔다. 그는 “뒤를 막아줄 투수가 필요하다. 최소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한 명 더 올라와 줘야 한다”며 “김민수를 준비시키고 있다. 2군에서 선발 등판도 하면서 투구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KT 필승조로 활약한 김민수는 올해 1군에서는 13경기 14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에 앞서 어깨 부상을 당했고 부상 회복 후 구위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2군에서 구위 향상을 바라보는 가운데 김민수의 정상 복귀까지 이뤄지면 홈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할 수 있는 KT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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