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토론토(캐나다)=황혜정기자] “믿기지가 않네요.”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직항 비행편이 없어 이날 새벽부터 선더베이에서 토론토행 국내선을 타고 토론토에 내려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던 와중이었다.

갑자기 대표팀 선수단이 웅성거리더니 누군가가 “류현진이 왔대요!”라고 말했다. 진짜였다. 메이저리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아내 배지현 씨, 그리고 딸 아이와 함께 온게 아닌가.

류현진을 초청한 이는 다름아닌 대표팀 정근우 수석코치. 정 코치는 “류현진과 대표팀 생활을 오래 같이하며 지금까지 친분을 쭉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 대표팀이 토론토를 지나가는데 가볍게 ‘한번 와줄 수 있냐?’고 전날 밤에 연락했는데 이렇게 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근우 코치가 여자야구 대표팀에게 준 마지막 깜짝 선물이었던 것. 정 코치는 “우리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초청했다. 류현진이 바로 어제(한국시간 14일) 복귀 첫 승을 하고 대표팀을 방문해준지라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류현진을 보자 선수들은 입을 ‘쩍’ 벌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투수 이지숙은 “믿기지 않는다”라며두 눈으로 연신 류현진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쫓았다. 투수 곽민정도 “너무 멋지다”라며 우상을 두 눈으로 가득 담았다.

선수들은 특급 스타 앞에서 쭈뼛대다 한 두 명이 용기를 내 악수를 요청하자 그제야 너도나도 사인, 사진 그리고 악수 요청을 했다. 류현진은 흔쾌히 대표팀 선수들의 요청에 응했다.

류현진은 “여자야구 선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에 와서 국제대회를 치렀는데 크게 지원 받으면서 오지 못했다. 그래도 순간마다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격려했다.

태극마크가 달린 대표팀 유니폼의 대표팀 선수단을 따뜻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류현진은 “계속해서 여자야구 국제대회가 많이 열려서 여성분들이 많이 도전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간 좋은 성과가 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표팀 양상문 감독은 “(정)근우 코치가 어젯밤에 류현진에게 연락했다고 들었다. 오겠다는 확답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오늘 깜짝 방문했다. 와줘서 정말 고맙다. 선수들에게 뜻깊은 만남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류현진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와 꿈 그리고 행복을 선사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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