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뜨거웠던 여름밤은 갔다. 여름 한국영화 텐트폴 대전이 아쉬움 가득한 박스오피스만 남긴 채 종료 될 전망이다.

‘밀수’가 개봉 17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유일하게 체면을 세운 가운데 호평을 받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순항 중이지만 아직 손익분기점까지는 100만 명 가량 남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극장가에는 또 다른 영화가 찾아온다. 추석 연휴부터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긴 연휴를 겨냥해 쟁쟁한 한국영화 5편이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과연 한국 영화는 다시금 피어날 수 있을까.

◇칸 출품작 ‘거미집’부터 하정우의 ‘보스톤 1947’, 강동원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까지 쟁쟁한 라인업

라인업은 쟁쟁하다. 송강호, 하정우, 강동원, 강하늘 등 쟁쟁한 주연급 배우들이 스크린에서 격돌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건 칸 영화제 출품작 ‘거미집’이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 7년만에 재회한 이 작품은 1970년대, 정부의 검열과 출연배우들의 비협조 속에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영화감독의 고군분투를 그린 블랙코미디물이다.

지난 5월,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첫 상영돼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송강호 외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전여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 총 5편을 함께한 영혼의 단짝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거미집’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체면을 구겼던 하정우는 다음달 27일 개봉하는 ‘1947보스톤’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영화는 1947년에 열린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배경으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전한 소윤복 선수와 그의 감독 손기정 선수 이야기를 그린다. 하정우가 손기정 역을, 임시완이 서윤복 역을 연기하며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실존인물인 손기정 감독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식에서 일장기를 가리고 금메달을 받은 민족의 위인이다. 한국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손기정 감독과 이른바 ‘국뽕’ 영화의 1인자로 꼽히는 강제규 감독의 연출력이 빚어내는 화학작용이 관전포인트다. 당초 2020년 개봉예정이지만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배우 강동원이 퇴마사로 분하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도 추석 기대작 중 하나다. 가짜 퇴마사 ‘천 박사’가 귀신을 보는 의뢰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후렛샤 작가의 웹툰 ‘빙의’가 원작이다.

강동원이 당주집 자손 출신이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 퇴마사 천박사를 연기하며 이동휘, 김종수 등 최근 영화 드라마 타율이 높은 배우들이 뒷받침한다. 최근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이 코믹한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만큼 ‘더문’으로 침체된 CJ ENM의 구원투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이외에도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 ‘30일’과 ‘가문의 영광:리턴즈’도 각각 10월 3일과 9월 중 개봉을 확정지었다. ‘30일’은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극이다.

‘가문의 영광:리턴즈’는 2000년대 초반 조폭코미디의 인기를 견인한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11년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김수미, 윤현준, 추성훈, 정준하 등이 출연한다.

◇6일 긴 연휴, 한국영화 반등할까? 단점도 명확해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다. 3일이 개천절인데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장장 6일에 걸쳐 연휴가 이어진다. 여름 성적이 부진했던 영화계로서는 마지막 성수기인 추석에 올인해야 한다.

하지만 각 영화들의 단점도 명확하다. ‘거미집’의 경우 화려한 캐스팅이 기대를 모으지만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들이 스코어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에 비추어볼 때 마냥 낙관하기만 힘들다.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브로커’와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은 각각 126만명, 189만명이 관람했다.

‘1947보스톤’은 크랭크업 이후 3년간 묵혔던 영화와 ‘국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MZ세대 관객들의 취향을 파고들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은 최근 성적이 안 좋은 CJ ENM 배급이라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가문의 영광:리턴즈’는 10여 년 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올 여름 쟁쟁한 텐트폴이 맞붙은 게 패착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추석 연휴에 대작들이 경쟁할 경우 흥행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과 ‘더문’은 각각 105만 935명, 51만 390명(27일 기준)의 관객이 관람했다. 지난해 경우 현빈, 다니엘 헤니 주연 영화 ‘공조2’만 개봉해 69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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