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수협은행장, 협동조합은행 본연의 역할 강화에 노력
기업들은 해가 바뀌면서 신년사를 통해 한 해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 약속들은 기업 수장들의 변화, 산업 현황,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에서는 신년사를 통해 밝힌 기업들의 한해를 조명하고,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2023년 상반기 금융사 수장들은 정한 목표와 수행성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찾아봤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IMF 외환위기로 지원받은 1조원 대 공적자금을 지난해 모두 상환한 Sh수협은행. 수협은행은 올해도 상반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첫 여성 수협은행장’으로 취임한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경우 올해 신년사를 통해 △체질 변화 △구조 변화 △디지털 변화 △리스크 관리 변화 △실력의 변화 등을 키워드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어 올해가 더욱 주목된다. 여기서 변화는 수협은행의 생존을 의미한다고 풀이된다.
◇성공적인 변화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NPL은 우려스러워
올해 상반기 Sh수협은행은 지난해 동기대비 169억원 증가한 187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또한 강신숙 행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변화’라는 키워드에 기반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수협은행은 체질 변화를 위해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방카슈랑스, 펀드, 신용카드 등 전통적인 비이자사업 부문 외에 투자금융과 자금운용 부문 역량을 강화했다. 비이자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채널 확장에 주력한 모양새다.
비이자사업 영역으로 대표적인 카드사업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성장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공제·펀드사업 전 분야에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 결과다. 수협은행은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07억원 증가한 483억원의 비이자이익을 시현했으며, 비이자이익 다변화 측면에서 STO(토큰증권발행)분야 신규 진출까지 추진중이다.
조직체계의 경우 구조 변화를 위한 변화에 혁신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수협은행은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19개 금융본부로 재편하고, 리스크관리 조직을 그룹으로 격상시키는 등의 노력을 아끼기 않았다.
또한 체질과 구조 변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은행장 직속 애자일 조직인 ‘미래혁신추진실’을 신설해, 산하에 ‘조달구조개선단’, ‘M&A추진단’, ‘신사업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조달구조개선단은 지난 상반기, 저비용성 예수금 증대와 조달거래처 다변화 등 수익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질적 성장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신규 조달금리를 전년 말 대비 1%p 이상 낮춘 3.68% 개선는 성과를 거뒀다. 신사업추진단도 최근 바다여행 관련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바다GO!’ 서비스를 선보이며 비금융서비스로의 신사업영역 확장을 연착륙 시키는 등 수협은행만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A추진단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캐피털과 자산운용사 등의 M&A를 검토하고 있지만, 속도감이 저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태로 인해 상당수 자산운용사의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가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M&A에 나서겠다는 설명을 보탰다.
세 번째 ‘디지털 변화’는 ‘디지털 뱅킹’으로 전환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수협은행은 지난 4월 ‘2023년 디지털 원년 선포식’을 개최하고 △고객경험 △사업모델 △내부업무 △디지털역량 등의 분야에서 혁신과제를 선정했다. 또한 수협은행은 현재 금융마이데이터 기반의 고객관리 체계화, 모바일뱅킹 앱 이용고객 편의성 강화, AI기술 기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고도화 등 고객 관점에서 편리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리스크관리 변화의 목적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수협은행은 올해초 기존 본부 레벨이던 리스크관리 조직을 ‘리스크관리그룹’으로 격상시키고 금리상승, 부동산 경기 하락, 코로나19 유예여신 등 잠재적 부실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에 국내 금융권 전반에서 이어진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상승 추세 속에서도 수협은행은 0 .3%대의 연체율을 유지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지난 1분기 수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NPL)은 2166억원으로 전년 동기(1621억원) 대비 500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수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NPL 비율은 0.46%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NPL 비율이 평균 0.1%대 후반에서 0.2%대 중반 수준인 점에서 수협은행의 NPL 비율은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실력의 변화’는 ‘초격차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역량과 전문성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임직원들의 개인역량이 아닌 업무와 사업영역 전 분야를 아우르는 변화를 뜻한다.
대표적인 변화는 강 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협동조합은행 본연의 역할 강화’를 위한 노력이다. 수협 회원조합은 현재 어획량·어가인구 감소, 수산물 소비 위축 심화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수협은행은 이를 극복하고, 회원조합과 상생 및 동반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과 함께 하는 ‘복합점포 개설’을 추진 중이다.
또한 수산정책자금 운용의 실효성을 높이고 회원조합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회원조합지원단’도 신설했다. 회원조합지원단은 매월 전국 회원조합을 방문하고 수산정책자금 업무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취급현황 분석, 건의사항 청취 등 회원조합에 필요한 실무 중심 맞춤형 활동을 진행 중이다.
◇변화의 최종목표는 ‘지주사’ 전환…대체 언제쯤?
수협은행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단연 지주사 전환과 건전성 관리 등이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수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목표했던 비은행 부문 기업 M&A는 속도감이 저하되고, 일부 건전성 지표마저 악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에 강점을 가졌던 강 행장의 리더십이 지주사 전환 사업 등에서 조심성 있는 행보를 보여주는 듯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수협중앙회 동의가 필요한데, 중앙회가 반대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수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에서도 지주사 전환에 찬성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수협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지난해 취임후 올해 상반기 성공적인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남은 하반기 수협은행이 지주사 전환 기반 마련과 건전성 관리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성과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shhong082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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