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측 “단가 낮아 자문해 줄 변호사 찾기 어려워”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철근 누락’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지난 5년간 630건의 소송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LH 소송을 다수 대리한 상위 변호사가 모두 전관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설계·감리 등 전반에서 전관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LH에서 제출받은 ‘소송위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간 LH가 모두 375건을 소송을 A 변호사에게 맡겼고, 총 수임료는 16억9000만원에 달했다. A 변호사는 8년간 LH에 근무하다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전관’이다.
두 번째로 수임 건수가 많은 B 변호사는 LH 소송 255건을 대리했다. 수임료로 15억원이었다. B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LH 법무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A·B변호사 다음으로 3년여간 LH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C변호사의 경우, 소송 110건을 맡아 수임료 7억원을 받았다.
개인 변호사 소송대리 상위 4위인 D변호사는 148건을 맡아 수임료로 6억9000만원을 받았다. D변호사 역시 3년여간 LH에서 일하다가 변호사가 됐다. 이후 3년간 LH 사내 변호사로 일했다.
LH는 공공택지 조성, 임대주택 공급 등 업무 특성상 소송이 많다. LH가 이런 소송을 다수 위임한 변호사는 모두 LH 근무 경력이 있는 전관이다. 물론 전관 출신 변호사는 LH 업무 내용과 관련 분야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전문성이 뛰어나 소송을 많이 맡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몰아주기를 통해 카르텔 형성을 했다는 의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LH는 소송뿐 아니라 자문도 전관 변호사에게 다수 몰아줬다.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LH 법률 자문 상위 20위 현황을 보면, 전체 자문 564건 중 133건을 LH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 4명이 나눠 맡았다. B변호사는 총 70건의 자문을 맡아 자문료로 4020만원을 받기도 했다. C변호사는 27건을 자문해 1405만원을 받았다.
LH 관계자는 “내부 규정과 LH 업무와 관련한 전문성, 능력을 고려해 소송을 맡기고 있다”며 “자문은 통상 자문료에 비해 단가가 낮기 때문에 맡기 꺼리는 경우가 많아 자문해 줄 변호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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