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고전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느니 변화를 선택했다. 첫 번째 선택이 대성공을 향하는 가운데 두 번째 선택도 출발이 좋다. LG 선발 투수 이정용(27)과 김윤식(23) 얘기다.

첫 번째 변화는 ‘신의 한 수’다. 마무리 투수로 시즌 개막을 맞이한 이정용이 고전하자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에게 선발 투수 전환을 권유했다. 2019년 프로 입단 후 선발 등판이 전혀 없는 이정용이지만 이정용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결정구를 얻기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봤다.

6월 25일 잠실 롯데전부터 선발 투수로 나선 이정용은 염 감독의 의도대로 결정구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포심 패스트블과 슬라이더 투 피치로는 상대 타선이 한 바퀴 돌면 고전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세 번째, 네 번째 구종을 바라봤고 포크볼과 커브를 익혔다.

선발 투수에 맞춰 투구수와 이닝수가 늘었고 볼배합도 다채로워졌다. 그리고 포크볼이 손에 익기 시작한 지난 8월 2일 잠실 키움전부터 한 단계 높은 투수가 됐다. 안정된 속구 제구에 헛스윙 삼진을 유도할 수 있는 포크볼이 더해지면서 에이스급 투구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정용은 이날부터 지난 7일 수원 KT전까지 5경기 29이닝을 소화하며 4승 0패 평균자책점 1.55로 맹활약했다.

경기 결과 또한 좋다. LG는 이정용이 선발 등판한 최근 6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이정용 상대 선발 투수가 고영표, 펠릭스 페냐, 데이비드 뷰캐넌, 이의리, 안우진, 윌리엄 쿠에바스였던 것을 돌아보면 놀라운 결과다. 스스로 자신의 포크볼을 ‘용의 발톱’이라고 이름 붙이는 농담도 건넸는데 그만큼 이정용이 등판하는 날 팀 분위기가 좋다. LG의 승리를 부르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한 이정용이다.

염 감독은 선발 투수 김윤식을 두고도 과감한 선택을 했다. 김윤식이 WBC 후유증과 극심한 기복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리셋 버튼을 눌렀다. 6월 8일 고척 키움전 이후 김윤식을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김윤식에게 2군에서 다시 캠프부터 치르고 돌아올 것을 지시했다. 때때로 속구 구속이 시속 130㎞대에서 형성될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시작이 좋았다.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다시 몸을 만든 김윤식은 약 3개월이 지난 9월 2일 잠실 한화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바닥을 찍었던 구속을 되찾으면서 5이닝 1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만들었다. 최고 구속 146㎞를 기록했고 결정구 체인지업도 절묘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8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복귀 후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작년에 KIA전에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해 후반기 활약 시작점이었던 경기도 KIA전이었고 KIA와 상대 전적도 뛰어났다.

2022년 8월 25일 잠실 KIA전에서 통산 최다 8이닝을 소화. 이 경기를 시작으로 괴력을 발휘했던 김윤식이다. 9월 21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린 것을 비롯해 후반기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8로 펄펄 날았다.

늘 과감히 선택하고 결단을 내리는 염 감독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단이 팀이 고공 질주하는데 새로운 엔진으로 작용한다. 2루수 신민재부터 필승조 유영찬과 백승현 등 작년까지 1군과 거리가 있었던 선수들이 주연으로 떠올라 팀 전력이 향상됐다. 리셋 후 다시 시즌을 시작한 김윤식까지 선발진에 연착륙한다면 자연스럽게 선발진 업그레이드도 이루는 LG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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