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결코 방심은 없다. 그럼에도 첫판에서 ‘9골 화력쇼’를 뽐낸 건 뒤늦게 합류하는 ‘골든보이’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PSG)의 활용법을 다양화하는 데 기폭제가 될 만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U-23)은 지난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공격진의 우려를 불식하며 9-0 대승, 오름세를 탈 기반을 마련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한국 남자 축구는 1차전에서 바레인을 6-0으로 대파했는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일격 당한 적이 있다. 황 감독도 이를 인지하는 만큼 크게 웃지 않았다. 경기 직후 “자신감을 품되 나머지는 잊어야 한다. (쿠웨이트전은) 없는 경기로 치고 싶다”고 말한 이유다.

그럼에도 황 감독 말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히 가질 만하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다르게 아시안게임 축구는 한국이 ‘영원한 우승 후보’나 다름이 없다. 일본이나 이란 등 경쟁국은 존재하나 공수 전력에서 최고 수준인 데에 이견이 없다. 특히 한국 선수에겐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특례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동기부여 자체가 다르다. 최근 대회 2연패가 증명한다. 다만 항저우 대회를 앞두고는 여러 불안 요소가 따랐다. 특히 한국을 상대하는 팀 대다수가 수비에 힘을 주기 마련인데, 공격진 구성이 이전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최전방은 최대 고민거리였다. 수비 지향적으로 나서는 상대를 만났을 땐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득점하는 것을 떠나 부분 전술에도 중심이 돼야 한다. 5년 전엔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와일드카드 황의조(노리치시티)는 물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등 사실상 A대표팀 공격진이 전방에서 시너지를 냈다. 이번 대회엔 해당 연령대에 스타 공격수가 적었을뿐더러, 황 감독이 골잡이 와일드카드로 염두에 둔 K리그1 득점 선두 주민규(울산) 차출에 실패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최전방 자원으로 박재용(전북)과 안재준(부천)을 발탁했지만 둘 다 성인 레벨 국제 무대에서 검증된 골잡이가 아니다.

이 지점에서 황 감독은 주로 2선 또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이강인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 또는 최전방 자원과 투톱 등 여러 그림을 구상했다. 이강인은 과거 A대표팀에서도 최전방 자원에 구멍이 발생했을 때 대체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키 174cm로 단신이지만 개인 전술을 통해 공을 잘 소유하면서 득점까지 마무리하는 그의 역량을 활용한 것이다. 최근 A대표팀 ‘클린스만호’에서는 윙포워드로 뛰고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에서 황 감독이 의도한 전술을 공격수가 100% 해내면서 이강인을 다용도로 쓸 수 있게 됐다. 황 감독은 이날 심사숙고 끝에 연령별 대표 경기만 79번째이자 최근 K리그2 군 팀 김천 상무에서 매서운 득점포를 가동하는 조영욱을 최전방 원톱에 뒀다. 그는 타깃형 공격수는 아니지만 중앙에서 공 소유력이 좋고 연계 플레이에 능하며 슛 임팩트가 탁월하다.

조영욱 카드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선제 결승골에 디딤돌이 침투 패스를 넣은 것을 비롯해 멀티골을 꽂으며 대승의 주역 구실을 했다. 큰 점수차에 황 감독은 후반 박재용, 안재준까지 교체로 내보냈는데 둘 다 골 맛을 보며 ‘일거양득’의 하루를 보냈다. 전 공격진이 자신 있게 다음 경기를 대비하게 됐다.

한국은 21일 오후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태국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최근 PSG로부터 아시안게임 출전을 최종적으로 허락받은 이강인은 이날 경기 7시간여 전에 항저우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던 그는 황선홍호 합류 전날인 20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1차전에 후반 교체로 뛰며 정상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황 감독은 태국전엔 이강인을 쉬게 하고 24일 예정된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에 투입해 컨디션을 가늠할 가능성이 크다. 태국전엔 로테이션 차원에서 최전방에 안재준이나 박재용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격진이 기세를 이어가면 이강인은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을 느끼는 정우영이나 고영준(포항), 엄원상(울산) 등의 자리에서 뛸 수 있다. 이 자리의 또다른 핵심 자원인 송민규(전북)는 현재 근육 부상이 100%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전 대승은 공격진 리스크와 이강인의 활용법을 동시에 고민한 황 감독의 근심을 덜어주는 결정적인 한판이 됐다. 이강인의 합류로 마침내 완전체가 되는 황선홍호의 축구는 이제부터 진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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