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17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우승을 외치며 중국으로 향했지만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예견된 참사다.

한국은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8강전에서 70–84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노메달로 돌아오게 됐다.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농구 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4강 무대도 밟지 못했다.

금메달을 향해 짠 시나리오가 한일전 패배로 심각하게 틀어졌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77-83으로 패했다. 최정예가 아닌 2진급으로 꾸린 일본 대표팀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경기 내내 끌려 다닌 것도 충격이다. 결국 지난 2일 바레인과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르고 14시간 만에 8강에서 중국을 만났다. 객관적으로 승리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일본전 패배로 인해 한국은 트렌드에 뒤떨어진, 오래된 농구를 한다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게 됐다. 일본은 스페이싱을 기반으로 하는 농구를 펼쳤다. 많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농구로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세계 무대에서도 높이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지 못한 한국은 베스트 멤버를 보내지 않은 일본에도 무릎을 꿇었다. 중국전에서 일본처럼 농구를 해야 했던 한국이지만 깨달음은 없었다. 여전히 포스트업, 골밑 득점에 집중하는 농구로 완패했다.

사실 준비 과정부터 꼬인 대표팀이다. 오세근과 문성곤, 송교창 등이 부상으로 대회 준비 도중 교체됐다. 장신에 빠른 포워드 위주로 전력을 구성하려먼 추일승호의 구상은 어그러졌다. 선수가 바뀌다보니 분위기도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준비 기간 3개월 동안 완전체를 이룬 시간도 길지 않았고, 선수간의 호흡을 끌어 올리는데도 한계가 존재했다.

멤버 구성에도 의문부호가 따라 붙었다. 대표팀 주전 가드 허훈도 중국전 패배 후 “가드가 6명이 왔다. 내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표팀 구성의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추일승 감독은 교체로 인해 원하던 선수 구성을 하지 못했음을 강조하며 거듭 아쉬워했다.

항저우 참사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한국은 순위결정전 치르고 귀국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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