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전까지는 그랬다. 외부에서 우승 전력이라고 평가해도 좀처럼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가슴 속에 목표를 품은 채 순리대로 도전하는 게 부담을 덜고 정상에 오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프런트에서 야심 차게 ‘윈 나우’를 외쳐도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적어도 외부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그랬다.
염경엽 감독은 달랐다. 자신과 팀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지휘봉을 잡자마자 우승을 언급했다. 당시 염 감독은 “LG의 꿈은 우승이다. 내 꿈도 우승 감독이다. 우리 구단의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당차게 외쳤다.
올시즌 초반에도 그랬다. 페넌트레이스 시작점인 4월부터 큰 위기와 마주했으나 우승을 위해 무너지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 기존 필승조가 부상 혹은 부진을 겪었다. 캠프 기간 준비한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 영건 선발 3인방도 그랬다.
구상한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도 염 감독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초반부터 추락하면 우승은 힘들다”며 이를 악물고 상위권을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대체 카드를 펼치게 됐는데 이 또한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을 되돌아봤다. 내가 왜 안 됐는지, 잘못 판단하고 잘못 준비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며 “마운드 가용 자원이 너무 적었다. 불펜의 경우 승리조 3명에 의존하곤 했다. 투수 3명이 시즌 끝까지 버틸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포스트시즌에서 탈이 났다. 3명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미련을 두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선수에게 재조정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과감하게 대체자를 기용했다. 신인 박명근과 작년까지 1군 무대를 경험한 적이 없는 유영찬, 이제 투수 전향 3년차를 보내는 백승현이 충분히 필승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부활한 함덕주까지 4명을 중심으로 새로운 필승조를 완성했다.
선발도 그랬다. 2022시즌 후반기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김윤식이 흔들리자 김윤식을 이천으로 보냈다. 처음부터 다시 시즌을 준비시키며 3개월 여름 캠프를 진행했다. 대체자인 임찬규를 핵심 선발 투수로 기용했는데 임찬규 또한 이미 면담을 통해 방향을 정립한 상황이었다. 시즌 내내 선발진 기둥 구실을 한 임찬규는 “올해 감독님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됐다. 감독님과 상성이 잘 맞는다”고 했다.
모든 게 잘 된 시즌은 아니었다. 마운드 뎁스 만큼 강조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야수진 육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일 기준 리그 최다 팀도루 158회, 하지만 도루 실패도 95회에 달한다. 성공률이 62.5%에 불과하다.
그래도 계속 뛰었다. 사령탑의 과감함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듯 실패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늘 불굴의 정신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린다. 확률적으로는 하면 안 되는, 무모한 시도인데 그래도 상대 팀에는 무거운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몇몇 투수들은 LG 주자의 움직임에 밸런스를 잃고 제구가 흔들린다. 상대 포수를 비롯해 내야진 전체가 분주해지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범한다. LG전에서는 오롯이 타자만 신경 썼던 투수와 포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야수진의 미래로 꼽히는 이재원, 송찬의, 손호영은 올해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새 얼굴을 찾을 것이다. 작년에 1군에서 한 달도 있지 못했던 신민재에게 캠프부터 타격과 수비 엑스트라 워크를 시킨 것처럼 지속적으로 10번째 혹은 11번째 야수를 발굴할 전망이다. 신민재가 도약해 ‘베스트 9’이 뚜렷해졌으나 만족은 없다. 신인 김범석은 물론 2024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야수 몇 명은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계획이다.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5년 동안 399승 289패 23무로 승률 0.580. 10구단 최다승과 최고 승률이다. 작년까지는 늘 한끗이 부족해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데 올해 과감함을 앞세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뤘다.
주축 선수 다수가 여전히 전성기를 누릴 나이다. 더불어 매년 새 얼굴이 튀어나온다. LG는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힐 것이다. 올해 통합우승까지 이룬다면 새로운 황금기의 시작점이 찍힐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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