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항저우에서 열린 ‘47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 목표했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 물론 더 챙길 것도 있다. 이쪽이 더 많다.

한국은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2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89개를 기록하며 종합 순위 3위에 자리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 50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일단 볼링 등 한국의 강세 종목 일부가 빠진 것이 크다. 여기에 금메달을 유력했던 종목에서 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종합 3위는 목표한 대로다. 2위 일본이 금메달 52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69개를 만들었다. 애초에 ‘1강’ 중국에 한국과 일본이 2위 다툼을 하는 구도이기에 3위는 크게 어려운 목표는 또 아니었다.

메달수로 보면 한국이 190개, 일본이 188개로 우리나라가 더 많다. 이쪽은 이쪽대로 의미가 있다. 금메달 개수 차이도 10개면 대한체육회에서 구상했던 대로라 봐야 한다.

2회 연속 3위라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 1998 방콕 대회부터 2014 인천 대회까지 5연속 종합 2위에 자리했다. 2010 광저우에서 금메달 76개, 2014 인천에서 금메달 79개를 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개수가 49개로 ‘확’ 줄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42개로 더 빠졌다. ‘위기’ 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사실 일본도 금메달 수가 크게 줄었다. 5년 전 금메달 75개를 가져갔는데, 이번에는 52개다. 이유가 있다. 힘을 빼고 왔다. 2024 파리 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거의 2진급이 왔다. 그래도 종합 2위다.

어차피 중국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금메달만 201개를 획득했다. 역대 최다 금메달이자, 사상 첫 ‘금메달 200개’ 시대를 열었다. 남은 것은 일본. 뒤집힌 격차를 좁혀야 할 때다.

가능성을 봤다. 수영이 그렇다.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품었다. 역대 최다인 22개의 메달을 땄다. 1진이 참가한 일본을 누르는 쾌거를 이뤘다.

투자의 결과다.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에서 집중적으로 육성에 나섰고, 아시안게임에서 최상급 결과를 냈다. 파리 올림픽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여기에 ‘효자 종목’들도 여전히 힘을 냈다. 펜싱에서 금메달 6개가 터졌고, 양궁에서 4개, 태권도에서 5개의 금메달을 땄다. 여기에 5년 전 노메달 굴욕을 맛봤던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도 금메달 2개를 품었다.

거꾸로 ‘참사’를 겪은 종목도 제법 된다. 구기 종목이 대체로 그렇다. 남자배구는 개막도 하기 전에 노메달이 확정됐다. 여자배구도 5위에 그쳤다. 사상 첫 동반 노메달. 결국 남자배구 임도헌 감독과 여자배구 세자르 감독이 동시에 물러나게 됐다.

남자농구도 일본의 사실상 3진에게 패하는 등 무너졌고, 역대 최저 순위(7위)로 마쳤다. 그나마 여자농구가 동메달을 따면서 체면치레했다.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여자 핸드볼도 2진이 나선 일본에 완패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대회 3연패 도전 실패. 남자 핸드볼은 4강에도 들지 못했다.

그나마 야구와 축구가 7일 동반 금메달을 따며 기를 살렸다. 야구는 아시안게임 4연패, 축구는 3연패에 성공했다. 최고 인기 스포츠답게 마지막에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수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 종목인 육상에서는 부진이 계속됐다. 금메달만 48개가 걸려 있는데, 한국은 단 하나도 따지 못했다.

기대를 걸었던 높이뛰기 우상혁(용인시청)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이 하나 나왔고,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김태희(이리공고)가 동메달을 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당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얻었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2014 인천에서도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였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싸우고 있다. 한국만 뒤처진 모양새. 수영처럼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에 나서야 한다.

투기 종목은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레슬링에서 노골드, 유도는 금메달 1개다. 복싱도 동메달 1개에 그쳤다. 과거 찬란한 실적이 있는 종목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8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계가 보였고, 문제점도 보였다. 구기종목이나 투기 종목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귀국하면 선수촌에 TF를 만들어서 왜 이렇게 됐는지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겠다. 국제 업무도 강화하겠다. 우리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 훈련 방식, 시스템 등을 도입하겠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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