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했다. 단기 계획과 중장기 계획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 해병대가 됐다. 같은 사람의 입에서 결이 ‘확’ 다른 말이 나왔다. 이기흥(68) 대한체육회장 이야기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8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 설치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 및 해단식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최윤 선수단장, 장재근 선수촌장이 자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를 획득했다. 총 메달수 190개다. 오롯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실패라는 평가도 아니다. 메달수만 따지면 중국 다음으로 2위다. 일본(188개)보다 많다. ‘절반의 성공’, 혹은 그 이상이라 봐야 한다.

물론 금메달수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49개)보다 적다. 볼링 등 강세 종목이 빠진 여파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결과는 결과다. 수영의 약진이 아니었다면, 몇몇 종목의 ‘깜짝 금메달’이 아니었다면, ‘참사’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

챙길 것이 꽤 많다. 현장에서도 알고 있다. 결산을 위해 모인 자리도 분위기 자체는 무거운 편이었다. ‘변화’를 말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이 가까이 있다. 나아가 더 길게 보고 움직이겠다고 했다.

이기흥 회장은 “전반적으로 흐름을 분석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그동안 안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레슬링, 복싱 등 투기 종목이 저조하다. 유도도 그랬다”고 짚었다.

이어 “단기적으로, 또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세우겠다. 해외 사례도 수집하고, 그들의 훈련 방식, 우리 집체적인 방식이 효과적이지 고찰이 필요하다. 국제업무를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겠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라진 부분도 인정했다. 세월이 변했고, 사회도 달라졌다. “e스포츠나 브레이킹, 스케이트 보드 등 젊은 세대들이 하는 스포츠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요즘 선수들은 새벽 운동도 안 하려고 한다. 현실이다. 강제적으로 할 수도 없다. 더 심하게 하면 인권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한 “옛날 방식으로는 안 된다. 정확히 고찰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으로 인해 시군구 풀뿌리로 커야 하는데, 팀이 없고, 선수도 없다.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데이터에 따라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함께 논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결국 관건은 ‘사람’이다. 전체적인 체육회 관계자들이 얼마나 의지가 있느냐, 이쪽에 달렸다. 그리고 이쪽은 살짝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핑계로 아직도 각종 통제를 정당화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선수들이 해이해진다”고 한다. ‘정신력’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체육계의 최정점인 대한체육회가, 그것도 회장이 직접 과학을 말했고, 데이터를 말했다. 해외 사례 연구도 하겠다고 했다. 이쪽에서 움직이면, 제대로만 한다면 전체가 바뀔 수 있다.

긍정적인 모습이다. 무조건 열심히 땀을 흘리면 되는 세상은 지나갔다. 훈련도 ‘잘해야’ 결과가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기흥 회장은 “파리 올림픽이 얼마 난 남았다. 내년 7월이다. 당장 전국체전이 있는데 끝나면 11월이다. 여기서 시작해도 7~8개월 밖에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어떻게 전략을 수립할지 고민하겠다”며 절박함을 표현했다.

그리고는 “새해 훈련개시식이 1월 중순 정도 된다. 그때 선수단장님도 임명할 것이다”며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입촌하기 전에 해병대에서 나도 같이 극기훈련을 하고 입촌할 계획이다”고 했다. 현장이 술렁였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말일까?”, “농담이겠지”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슬쩍 주변에 물어봤다. 체육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진짜 같다”고 하는 이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 아니겠나”고 하는 이들로 갈렸다.

지옥 같은 훈련을 소화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해병대 캠프가 오히려 쉬울지도 모른다. 반대로 보면, 그 시간에 훈련을 더 하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기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는 필수다. 이는 위부터 아래까지 같아야 한다.

실제로 미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겠다고 했다. 데이터를 말했고, 과학을 말했다. 해병대 극기훈련보다 이쪽이 ‘메인’이어야 한다. 일종의 상징적인 멘트로 끝났으면 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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