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마약 투약 의혹이 있는 ‘톱스타 L씨’가 이선균으로 밝혀진 가운데, 연예계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명확한 혐의가 없이 조사 중인 경찰 내사 단계지만, 소속사에서 “마약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힌 게 아닌 점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MBC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한 이선균은 영화 ‘알포인트’와 MBC ‘하얀거탑’으로 얼굴을 알린 뒤 이후로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동했다. 영화 ‘화차’, ‘끝까지 간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비롯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타임’, ‘나의 아저씨’, ‘검사내전’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배우로 손꼽혔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 참여하면서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밟는 명예를 얻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갔고, ‘시베리아 선발대’, ‘아주 사적인 동남아’와 같은 예능에도 출연하며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데뷔 후 작은 스캔들조차 없었던 이선균이 마약과 연루됐다는 게 확인되면서 업계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선균과 친분이 깊은 제작 관계자들도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무섭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인품 있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선균은 김태곤 감독의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와 주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의 촬영을 마쳤다. ‘탈출’은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국내 취재진에게도 공개됐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봉할 예정인 작품이다. ‘행복의 나라’ 역시 지난해 2월 이미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개봉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 마약과 연루되면서, 작품 역시 표류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국가부도의 날’ 등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드라마 시리즈 ‘노 웨이 아웃’은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이선균의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다. ‘노 웨이 아웃’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일이 이선균의 첫 촬영이었던 것. 이선균 외에도 다른 배우들의 촬영 일정이 예정됐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케줄이 기약 없이 밀리게 됐다.

‘노 웨이 아웃’ 관계자는 21일 “마약 투약의 사실 여부를 떠나 주인공이 교체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고 재정비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지만, 당분간 밀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선균이 맡은 역할은 희대의 흉악범을 시민들로부터 지켜내는 경찰 백중식이다. 마약이 대중으로부터 워낙 좋지 않은 인식이 있어, 경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차가 불가피해 보인다.

영향력이 큰 주연 배우 잘못의 파장은 개인을 넘어 업계 전반에 이르게 된다. 배급사와 투자사는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며, 제작사 역시 제작비 회수에 문제가 생긴다. 해당 작품이 언제 공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긴 기간 투자금이 고이게 된다.

오랫동안 작품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조·단역이나 스태프비용 문제도 생기게 된다. 손꼽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은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애초에 결정했던 스케줄이 엉키게 되고, 다른 작품이 해당 기간에 개봉하는 상황도 초래된다. 대타로 나온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 역시도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

앞서 유아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종말의 바보’는 공개 일정을 미뤘다. 후반작업 중이었던 ‘하이파이브’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승부’는 5월 공개 예정이었으나, 지난 2월 유아인 사건이 터지면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 외에도 김새론과 곽도원, 박유천 등 다양한 스타들이 문제를 일으켜 출연작이 표류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소속사는 마약 투약 여부 대신 ‘협박’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왔다.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협박을 당하며 3억원 이상의 돈을 뜯겼다고 전했다. 협박을 당한 사실이 분명하면 ‘동정론’이 나올 수도 있으나, 내용이 빈약할 경우 더 큰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마약 투약의 횟수나 강도에 따라 20년 넘게 쌓아 올린 금자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과연 이선균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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