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김복용 선대 회장의 이념을 시작으로 매일유업에는 24년째 적자임에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국내에는 5만명 중 1명꼴로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이 있다.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체내에 지방·아미노산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병으로, 이 병을 앓게 되면 빵·쌀밥·고기 등 일반적인 음식을 섭취하기 어렵고 평생 특수 분유를 먹으며 엄격한 식이 관리를 해야 한다.

국내 유업체 중 매일유업만이 이 환아들을 위해 특수 분유를 독자 개발·생산 중이다. 매일유업의 이 특수 분유는 환아들에게 생명줄과 같다.

환아들은 이 특수 분유를 먹지 않으면 운동 발달 장애와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뇌세포 손상에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이 특수 분유는 원료 구매 과정부터 까다롭다. 공정 기계 클린 작업을 하루 이틀 꼬박하고, 일반 분유 제조라인을 멈추고, 생산해야 한다. 라벨 생산 수작업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수년째 이어오는 매일유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눈길이 갔다. 지난해부터 특수 분유 생산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윤정연 분유·유아식 카테고리 매니저를 최근 매일유업 본사에서 만났다.

◇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유일하게 단종이 안 되는 ‘특수 분유’

-일반 분유와는 달리 개발·생산에도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일유업이 포기하지 않고 유지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우리 매일유업에서는 생산할 때 이익이 나지 않고, 손실이 나지만 무조건 해야 하는 제품으로 공유되고 있다. 김복용 선대 회장님이 “한명의 아이도 소외당하지 않도록 해라”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 우리가 해야 하는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경기침체에 적자 상품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또 이 특수 분유는 일반 분유와 달리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하기에 생산 과정 중 몇번의 어려운 순간이 있었을 터다.

어려운 순간은 매번 있다. 수요는 적은데 한 번에 많이 생산해야 하니까. 그러다 보면 유통기한 내에 소진이 안 돼서 폐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일유업 내에서는 특수 분유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순간이 와도 무조건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 “환아들은 이 특수 분유를 안 먹으면 안 되잖아요”…공장 이전에 분유 포대에 담아 옮기기도

말 그대로 ‘특수’ 분유이기에 일반 분유와는 원료, 생산 과정부터 확연히 다르다. 매일유업은 특수 분유를 제작하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아산공장 조제분유 생산라인 전 공정을 중단한다. 특수 분유 8종 12개 제품의 제한 영양 성분이 모두 달라 기계 세정 작업, 충전 공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료 구매 과정부터 쉽지 않은 이 특수 분유, 생산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생산되고 있나.

일단 연구소에서 최첨단 장비 시스템을 통해서 품질을 미리 검수하고 있다. 또 이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게 아니라 두세 번 정도 하다 보니 미리 수요를 예측해서 원료를 발주하고, 일정에 맞춰서 생산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대사이상 증상별로 필요한 아미노산이 다 다르다. 그러나 이미 매일유업에서는 20년이 넘게 특수 분유를 생산해 왔기에 이를 차질 없이 생산하는 것에 능숙한 편인 것 같다.

그래도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클린 작업을 하루 이틀 꼬박해야 한다. 라벨을 붙이는 것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원래 일반 분유는 전체가 다 자동화인데, 특수 분유는 하나하나 수작업이다.

-매일유업은 어떤 고비가 와도 이 특수 분유 사업을 놓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생산하면서 고비가 한번은 왔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특수 분유의 공장을 이전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등록 절차 및 제품 검수 등에 시간이 걸려 당장 제품 공급이 어려울 때 환아들에게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환아들은 이 분유를 꼭 먹어야하기 때문에, 매일유업은 이때 분유를 포대에 담아 옮기며 결국 생산 했다고 한다. 이윤이 나지 않아 많은 기업들이 꺼리는 이 사업을 매일유업은 고비가 와도 마다하지 않았다.

환아들이 이 특수 분유를 안 먹으면 안 되지 않나. 연구소, 생산 등 관련 유관부서 분들과 모든 연구소 직원들도 매일 야근하면서 이 과정을 거쳤다. 그땐 내가 매일유업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 연구는 계속될 것입니다”…멈추지 않는 적자 사업

- 매일유업도 특수 분유 분야에서 환아들과 함께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24년 전 처음 생산했을 때와 어떤 점이 달라졌나.

우리 연구소의 독자적인 기술로 연령에 맞는 특수 분유 연구·개발도 따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다양한 선천적 질환, 또 다른 희귀 질환을 위한 제품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희귀 질환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매일유업은 어떤 희귀 질환을 앓는 환아들이 있는지 계속 조사하면서 특수 분유 개발에 대한 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환아들이 이를 계속 먹어야 하니 맛에 대한 요구도 있어 이 부분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 윤 매니저를 비롯한 매일유업 전 사원들이 환아들과 특수 분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어느 기업이든 공익적인 일을 많이 하지는 않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실에 감사한다.

매일유업은 특수 분유 생산에 그치지 않고 매년 하트밀 굿즈 캠페인도 진행해 희귀병 환아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하트밀 굿즈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전액 선천성 환아들에게 겨울철 선물을 보내면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무래도 희귀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 않나. 하트밀 굿즈 판매도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이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다면 가족 외에는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 매일유업은 환아들의 아픔에 같이 공감하고 싶었다. 매년 하트밀 캠페인을 진행할 때 환아와 환아 가족분들에게 편지가 온다. 산타가 온 것 같다고.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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