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직구 구속이 나와야 다른 것도 모두 산다.”

평가 기준점은 뚜렷하다. 구속이다. 시속 143㎞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면 선발 투수로서 경쟁력이 있다. 반대로 구속이 안 나오면 호투를 장담할 수 없다. 상대 타자가 절정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한국시리즈(KS)는 특히 그렇다. LG 염경엽 감독이 KS 준비 마지막 과제인 네 번째 선발 투수에 대해 말했다.

경쟁 구도는 일찍이 나왔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김윤식과 이정용 중 한 명이 KS 선발진 마지막 자리로, 다른 한 명은 불펜으로 간다고 밝혔다. 케이시 켈리, 최원태, 임찬규가 순서대로 KS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선발 등판하고 4선발은 KS 준비 기간을 통해 결정한다.

그리고 이제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김윤식과 이정용이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김윤식은 2이닝 무실점. 이정용은 3이닝 2실점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김윤식이 이정용보다 나은 피칭을 했는데 기준점인 구속이 다소 애매했다.

LG 구단 트래킹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김윤식의 속구 최고 구속은 145㎞. 최저 구속은 136㎞였다. 1회에는 속구 구속이 140㎞ 초중반에서 형성됐는데 2회에 구속이 떨어졌다. 물론 2주 만의 실전이었고 청백전 특성상 전력 투구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1회와 2회 구속 차이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염 감독은 “윤식이의 경우 직구 구속이 나와야 다른 것도 모두 산다. 구속이 나오면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모두 통하게 된다”며 “반대로 구속이 안 나오면 평범한 투수가 된다. 지난 두산전에서도 구속이 안 나와서 바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김윤식은 올시즌 속구 구위와 성적이 정비례했다. 스탯티즈 기준 속구 평균 구속 144.1㎞를 찍은 9월 8일 광주 KIA전에서 5.2이닝 1실점으로 후반기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반대로 평균 구속이 140.2㎞에 불과했던 10월 1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난타를 당했고 염 감독은 빠르게 김윤식을 교체했다. 김윤식은 2이닝만 소화하며 안타 5개를 허용했다.

KS에서는 가장 강한 카드를 펼쳐야 한다. 즉 구속이 나오지 않는 김윤식을 KS 4차전에 올리는 것은 모험이다. 사실상 불펜 데이를 각오해야 한다.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지난 29일 청백전은 물론 앞으로 실전에서도 김윤식의 구위와 밸런스를 유심히 바라볼 것이다.

구속만 나오면 베스트 시나리오다. 김윤식이 4선발, 이정용이 불펜으로 가면 마운드 뎁스가 한층 강해진다. 염 감독은 “정용이는 중간 투수 경험이 많다. 정용이가 불펜으로 가면 우리 불펜진에 승리조가 하나 더 생긴다. 연장 15회까지 하니까 상황에 따라 길게 가줄 수도 있다”며 “반면 윤식이가 중간에 가면 불펜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4선발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불펜 카드 하나가 더 생기느냐 아니냐가 결정된다”고 4선발에 따른 마운드 구성을 설명했다.

이정용은 구속 기복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29일 청백전에서 속구 최고 146㎞, 최저 142㎞를 기록했다. 김범석을 상대로 실투성으로 들어간 슬라이더가 2점 홈런으로 연결됐는데 이날 투구수 60개 중 슬라이더는 3개 뿐이었다. KS와 같은 큰 무대에서는 슬라이더보다 주무기인 포크볼의 비중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간 투수로 등판할 경우 다양한 구종이 필요하지도 않다.

양보다는 질이다. KS와 같은 단기전에서 투수진을 넓게 활용할 필요는 없다. 강한 투수, 상대를 이기는 투수가 최대한 많이 나와야 한다. 다만 LG의 경우 4선발을 누구로 낙점하느냐에 따라 마운드 구성 전체가 달라진다. 9월 8일 광주 KIA전 김윤식이라면 베스트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10월 14일 잠실 두산전 김윤식이라면 이정용이 4선발로 적합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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