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김민규기자]명실상부 한국 1시드 젠지의 충격적 패배, 그리고 고점의 KT 롤러코스터 마저 멈춰섰다. 5년 전 ‘2018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 하다.

KT는 4일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롤드컵 8강전에서 중국의 1시드 징동 게이밍(JDG)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KT는 첫 세트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JDG를 압도했지만 이후 2·3·4세트를 내리 패하며 이번 롤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4세트가 아쉬웠다. KT는 경기 초반부터 라인 운영과 한타 모두 JDG를 압도하며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묵직한 한방에 순식간에 흐름을 내줬고, 패배했다. KT의 ‘커즈’ 문우찬은 “4세트 때 우리가 승기도 잡았고 확실히 유리했다. 우리가 예전부터 유리해진 흐름을 확실하게 매조를 못 지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이 점을 극복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T까지 탈락하면서 올해 한국(LCK)을 대표해 참가한 네 팀 중 벌써 세 번째 탈락 팀이 나왔다. 앞서 LCK 4시드 디플러스 기아는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탈락했다. 1시드 젠지 역시 3일 비리비리 게이밍(BLG)에 져서 4강전 시작 전에 2023시즌을 마감한 바 있다. 이제 남은 건 2번 시드 팀인 T1뿐이다.

젠지는 지난 3일 열린 중국 2시드 BLG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졌다. 예상 밖의 이른 퇴장이다. 젠지는 지난해 서머 시즌부터 3시즌 연속으로 한국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상에 오르며, 한국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롤드컵 스위스스테이지서도 무실세트 3승 무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8강을 확정지었다. 사실상 롤드컵 우승후보였다. 하지만 젠지는 BLG 상대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치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일각에선 젠지를 향해 ‘내수용 팀’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처음이 아니다. 젠지는 지난해 롤드컵 4강에서 ‘기적의 질주’를 펼쳤던 DRX에 덜미를 잡혀 4강 탈락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도 T1과 BLG에 발목 잡혀 조기 탈락했다. ‘내수용 팀’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LCK의 연이은 탈락으로 올해 롤드컵은 중국 팀들의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이미 4강전 한 축은 중국의 BLG와 웨이보 게이밍(WBG)의 ‘LPL 내전’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KT에 승리한 JDG가 4강에 올랐고, T1과 리닝 게이밍(LNG)의 승자와 4강을 치른다.

더욱이 JDG는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한타를 펼친 ‘카나비’ 서진혁과 ‘룰러’ 박재혁이 뛰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다. LPL리그 스프링·서머 시즌과 지난 5월 MSI를 모두 제패했다. 이번 롤드컵까지 석권한다면 사상 첫 ‘그랜드슬램’ 탄생이다.

하지만 T1이 남았다. LCK의 유일한 희망이 된 T1이 8강을 넘어 4강, 결승까지 올라 2023 롤드컵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장식할 지 관심이 쏠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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