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의정부=강예진기자] 연패가 길어질수록, 수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KB손해보험은 2023~2024 V리그 출발이 좋지 못하다. 시즌 첫 경기서 한국전력에 3-2 신승을 거둔 후 6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 달 가까이 승리가 없는 상황,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경기 내용이 나쁘진 않지만 결과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비예나가 매 경기 제 몫을 해내고 있고, 아웃사이드 히터 황경민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8일 현대캐피탈과 2라운드 첫 경기서는 비예나가 24점(공격 성공률 42%)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책임졌고, 황경민 16점, 한국민이 11점으로 뒤를 이었다.

범실도 훨씬 적었다. 현대캐피탈은 34개의 범실을 쏟아낸 반면, KB손해보험은 19개로 관리를 잘했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승점 1 추가에 만족해야 했다.

그간의 세트 스코어를 돌아보면, KB손해보험은 20점을 넘기지 못한 경기가 없다. 경기 도중 크게 뒤처진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승수를 쌓지 못한다는 건 승부처에서의 결정력과 사소한 범실에 발목을 잡힌다는 의미다.

6연패를 떠안았던 현대캐피탈전이 그랬다. KB손해보험은 2점차 앞서다가도 세트 후반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에 흔들렸다. 또는 결정내야 할 승부처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상대에 반격 찬스를 내주는 경우가 잦았다.

5세트가 그랬다. 9-9까지 한점 차 싸움을 치달았는데, 허수봉의 서브를 한 번에 돌리지 못했다. 서브 득점을 헌납했고,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연이은 실점으로 스코어는 한순간에 9-12까지 벌어졌다. 분위기를 탄 현대캐피탈은 중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점수를 챙겼고, 축포를 터뜨렸다.

경기 후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후 감독은 “능력·실력이 안돼서 지는거면 훈련을 하면 되는데,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능력·퍼포먼스를 갖고 있다. 나오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은 공격, 리시브가 타팀과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팀 득점은 1위에 올라있고, 공격 성공률 역시 51%로 준수하다. 리시브는 5위에 매겨졌지만 효율 42.17%로 2위 대한항공(43.24%)과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약점이라고 한다면 중앙인데, 올시즌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한국민이 그래도 한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KB손해보험이 6연패를 당한 건 지난 2018~2019시즌 이후 5시즌 만이다. 올시즌 남자부는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약진과 그 뒤를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이 따르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 그리고 한국전력이 1라운드서 ‘1승 5패’를 나란히 떠안으면서 주춤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뒤처지면 시즌을 풀어가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후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면 체력적으로는 물론 특히 심리적으로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으면 한다”면서도 “연패를 끊어낼 수 있게끔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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