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성공이 다음 성공을 낳는다. 반대로 실패는 또 한 번의 실패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중간 투수가 특히 그렇다.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다음 경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야구가 멘탈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무대가 클수록 잔상도 크게 남는다. 한국시리즈(KS) 같은 최고 무대는 말할 것도 없다. 용광로 같은 관중석이 점수가 날 때마다 대폭발한다.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S 3차전은 특히 그랬다. LG가 11안타, KT가 15안타로 총합 26안타가 터졌다.
LG가 7명, KT가 4명의 중간 투수를 기용했는데 무사 귀환자는 절반 정도다. LG는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이정용. KT는 이상동과 박영현이 무실점했다. 세부적으로 구위를 돌아보면 유영찬과 이상동을 제외하면 100%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점한 투수들이다. LG는 정우영, 함덕주, 고우석. KT는 손동현과 김재윤이 실점했다. 특히 LG 마무리 고우석과 KT 마무리 김재윤은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허용하는 악몽과 마주했다. 고우석은 8회말 박병호에게 투런포, 김재윤은 9회초 오지환에게 스리런포를 맞았다.
그래도 승리한 팀의 투수는 상처가 덜하다. 결승 스리런포를 허용한 김재윤은 올해에는 없을 것 같았던 LG전 상처가 다시 깊게 나고 말았다.
문제는 4차전이 3차전 종료 15시간 30분 후에 열린다는 것이다. 경기 준비 시간까지 고려하면 3차전과 4차전의 간격은 12시간이 안 된다. 밤 경기 후 낮 경기 일정이라 선수들은 눈을 뜨자마자 야구장으로 향해야 한다.
3차전에서 고전한 투수, 그리고 마운드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하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4차전은 험난한 미션이 될 수밖에 없다. 3차전에서 서로 필승조를 모두 기용했음에도 난타전 흐름이 됐다. 이들의 컨디션과 밸런스, 구위 등을 체크한 후 곧바로 4차전 마운드 운영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런데 4차전은 선발 투수도 거대한 물음표다. LG는 김윤식, KT는 엄상백을 예고했는데 둘 다 정규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김윤식은 6월부터 약 세 달동안 2군 시설에 다시 몸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시즌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이천 여름 캠프에 임했다. 복귀 후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으나 구위에서 기복을 보인다.
엄상백은 8월말에 늑골 골절로 시즌 완주를 이루지 못했다. 회복 후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한 기간이 짧았다. 실제로 NC와 플레이오프에서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구위와 제구 모두 가장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4차전은 또 불펜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KT가 배제성을 +1으로 엄상백 뒤에 붙일 수 있고, LG도 아직 KS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최동환, 이우찬, 손주영 등의 등판을 고민할 수 있다. 그래도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는 3차전에 등판한 필승조 투수들이 다시 마운드에 설 것이다. 3차전 성공이 아닌 실패를 겪은 투수들이 회복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또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타자들은 상승 기류다. 2차전까지 고전했던 홍창기, 박병호, 앤서니 알포드가 나란히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LG는 박동원, 오지환, 오스틴이 언제든 홈런을 터뜨릴 기세고, KT는 배정대와 김민혁이 식을 줄 모르는 타격감을 자랑한다.
즉 지금까지 투타 흐름과 선발을 고려하면 4차전은 3차전 이상의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투수에게는 지옥, 타자에게는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경기는 해봐야 안다. 투수만큼이나 타자도 밤 경기 후 낮 경기 컨디션 조절은 쉽지 않다. 역대급으로 치열한 KS인데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양 팀 감독이 느끼는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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