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한국시리즈(KS) 준비 과정에서 최대 고민이었다. 김윤식과 이정용 중 한 명을 4차전 선발로 내정해야 하는데 선택에 따른 장단점이 분명했다. 그래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반복됐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이 최고의 결과를 낳고 있다. LG 선발 투수 김윤식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이정용이 중간 투수로 호투하는 것을 고려하면 선발과 불펜이 두루 업그레이드된 LG다.
김윤식은 1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87개의 공을 던지며 5.2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했다. 4차전까지 LG 선발 투수 중 1차전 선발 케이시 켈리를 제외하면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그리고 최소 실점이다. 자신의 임무를 200% 이상 완수한 김윤식이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구위에 따른 기복이 심한 만큼 불펜 데이도 머릿속에 넣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4차전에 앞서 김윤식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던지는 모습을 보고 좋지 않으면 교체할 것이다. 오늘도 총력전”이라고 밝혔다.
결과는 만점 활약.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안우진에 맞서 마운드를 지켰던 모습을 재현했다. 2년 연속 빅게임 피처가 됐다. 첫 출루 허용이 4회초일 정도로 시작부터 완벽한 피칭을 했다.
비결은 우타자 몸쪽 공략이다. KT 우타자 몸쪽에 꾸준히 속구를 찔러 넣었다. 그러면서 체인지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속구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체인지업을 의식한 KT 타자들은 좀처럼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도 꾸준했다. 구종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체인지업을 KT 타자 머릿속에 넣은 만큼 볼카운트 선점 효과가 컸다. 3차전에서 안타 15개를 기록한 KT 타선이 김윤식 앞에서 완전히 침묵했다. 야수진에서 득점 외에 호수비도 나왔다. 2회말 문상철 타구를 홍창기가 슬라이딩 캐치로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3회말 조용호의 타구에는 오스틴이 김윤식의 1루 커버 타이밍에 맞춰 정확히 송구했다.
김윤식을 앞세워 LG는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불펜 대결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타선이 대폭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선발 야구는 LG가 아닌 KT의 팀 컬러인데 반대가 됐다. 김윤식이 반전 주인공이 됐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달 19일 KS를 준비하는 이천 합숙 훈련부터 염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규시즌 선발 투수로서 보여준 모습은 이정용이 위였다. 그런데 이정용은 중간 투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불펜 뎁스가 강한 LG지만 시리즈 흐름이 불펜 대결로 흐를 경우 더 많은 필승조가 필요하다.
염 감독은 “이천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느라 잠을 못잤다. 이천 준비 기간 내내 고민했다.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염 감독은 4차전 선발 김윤식, 전천후 기용의 이정용으로 KS 마운드 구성을 마쳤다.
그리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정용은 KS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총합 4이닝 무실점했다. 선발 투수 다음 투수로, 혹은 마무리 투수 다음 투수로 기대했던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차전에서는 극적인 투수 땅볼 더블 플레이로 세이브를 올렸다.
4차전에서 김윤식이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 이정용은 중간 투수로 등판해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사령탑의 결단이 완벽히 적중, LG는 15-4 완승을 했다. 29년의 한을 풀기까지 단 1승만 남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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