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배우 임수정의 인터뷰가 진행된 17일,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이날 임수정은 홀로 택시를 타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첫눈이 온다는 소식에 우산을 준비했고, 운동화와 볼캡도 챙겼다. 인터뷰 후에 삼청동 나들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속사가 준비한 차를 타고, 협찬의상을 입고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빼곡한 스케줄을 뛰어야 하는 여타 연예인들은 꿈꾸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소속사가 없는 임수정에겐 즐거운 일탈이다.

벌써 마흔하고도 중반의 나이, 싱글 라이프가 몸에 밴 임수정은 29일 개봉을 앞둔 ‘싱글 인 서울’에 출연했다. 영화는 임수정처럼 싱글 라이프를 온전히 즐기는 논술 강사 영호(이동욱 분)와 업무는 프로페셔널하지만 연애 촉은 꽝인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분)의 로맨스를 그렸다.국내를 대표하는 남녀 로맨스 장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극장가의 기대를 받고 있다.

임수정은 “내 영화 보고 설렌 건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 홍보 촬영하면서 우연히 동욱씨랑 연애 세포 진단을 했는데, 세포가 다 죽었다. 당시 ‘로맨스 주인공이 이게 맞냐’는 말이 나왔었는데, ‘싱글 인 서울’을 보곤 사라졌던 연애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었다”고 해맑게 웃었다.

◇“영광스러운 ‘로맨스 장인’ 타이틀, 가장 좋은 상대 단연코 이동욱”

공포 영화 ‘장화 홍련’(2003)으로 데뷔한 임수정은 이후 숱한 로맨스 작품에 출연했다. 아직도 레전드로 평가받는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를 비롯, 영화 ‘새드무비’(2005), ‘행복’(2007), ‘김종욱 찾기’(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등은 임수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저도 ‘로맨스 장인’ 타이틀이 영광스러워요. 로맨스에 특화된 훌륭한 상대 배우를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소지섭, 공유, 현빈, 결은 다르지만, 황정민 오빠, 류승룡 오빠까지. 하하. ‘새드무비’란 작품에선 정우성 선배님과 커플이었어요. 그리고 이동욱 배우까지 온 거죠. 매력 넘치는 배우들 덕분에 타이틀을 받은 거죠.”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건 사실이지만 상대 배우들 역시 임수정의 매력 덕을 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과연 그중에서 한 명만 고르라면 누굴까.

“단연코 이동욱이죠. MBC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동욱씨가 특별 출연해서 잠깐 만났었는데, 그때 ‘베테랑 배우’라는 걸 알았어요. 같이 긴 호흡으로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싱글 인 서울’에서 만나게 된 거죠. 정말 말을 잘해요. 요즘엔 스스로 ‘유튜버’라고 하고 다녀요.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정말 유연해요.”

‘내 아내의 모든 것’, ‘거미집’(2023)을 비롯해 ‘싱글 인 서울’에서도 긴 대사를 빠르게 처리한다. 말이 빠른 상황에서도 호흡과 리듬, 딕션이 정확해 마치 인물이 생동감 있게 펄떡펄떡 뛰는 것 같다. 그 안에 여성적인 매력이 한가득하다.

“저는 캐릭터에 잘 흡수되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말이 느린 편인데,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로 말이 빨라졌어요. 그래도 딕션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칭찬을 받았어요. 순간순간 몰입을 해서 좋게 연기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

◇“비혼주의는 아닌데, ‘자만추’를 기다려요”

여전히 로맨스 작품에서 맹활약하는 임수정이지만, 적잖은 나이가 있음에도 결혼 소식은 아직이다. 능력과 매력을 고루 갖춘 그는 싱글라이프에 만족하고 있었다.

“주위 친구 중엔 결혼한 사람이 많아요.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바쁘게 살고 있어요. 저는 오롯이 제 삶과 일만 생각하면 되니까 자유로워요. 친구들이 만나면 부러워해요.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다만 지금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려요.”

임수정은 약 1년 가까이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이다. 칸국제영화제 참석, 올해 개봉한 영화 ‘거미집’과 ‘싱글 인 서울’ 홍보, 스케줄 정리와 의상 및 동선, 출연료 협상까지 스스로 정리하고 있다.

“소속사가 없으니 불편한 점이 많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려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너무 큰 행사를 치를 때는 조금 힘들었죠. 서포팅을 해줄 팀이 필요할 때 혼자 다녔으니까요. 그나마 홍보 활동이니까 가능했지, 드라마를 촬영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법 잘 지나가고 있어요.”

배우로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가운데 임수정은 제작 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른 영화감독들과 시나리오를 개발해 출품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법인은 차리지 않았지만, 여러 작품을 진행 중이다. 장르는 ‘여성 서사’다.

“영화 제작은 법인을 차리지 않아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기획하고 개발해서 작은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스크립트 기획에 참여해서 작품성 있는 영화를 준비 중이에요. 국내에서는 남자 배우들이 제작에 참여한 사례가 있는데, 아직 여배우는 없는 것 같아요. ‘바비’도 마고 로비가 제작한 작품이잖아요. 10년 안에는 제작도 병행하고 있지 않을까 꿈꿔봅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