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팬데믹 영향으로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위스키가 엔데믹에 잠시 주춤했지만 연말 대목에 들어서며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유행 짧은 주류 업계에 또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 유행 짧은 주류시장, 수입 맥주 지고 다시 위스키로

홈술·혼술 유행에 소주, 맥주로 한정됐던 주류 문화가 다양해졌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 비싼 가격 탓에 대중화되지 못했던 위스키는 팬데믹 기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탄산수에 위스키를 섞어 만든 주류 하이볼도 함께 강세를 보였다.

단기간 몸집을 키우던 위스키는 대부분 수입인 탓에 가격도 유행과 함께 인상되기 시작했고, 수입업체 또한 가격 불리기에 나서며 외국 위스키보다 국내 위스키 가격이 비싸게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위스키는 서서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해 1분기 때 최고치였던 위스키 수입은 2분기 때 수입 물량이 지난해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의 경우 2189t으로 지난해 대비 단 2% 증가했다. 매달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던 위스키 수입량이 지난 9월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러나 연말연시를 앞두고 고꾸라졌던 위스키 판매율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위스키가 수입 맥주 매출을 넘어섰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위스키 수입액은 현재까지 2억2000만달러로 수입 맥주(1억8000만달러)보다 높다.

특히 MZ세대 20·30세대가 위스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위스키를 구매한 고객 중 30대 이하 비중이 지난해 기준 40%에 달한다”고 전했다.

◇ 저렴이 위스키가 강세…비싼 술 판매보다는 ‘가심비’ 공략

지난 5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 출시로 승승장구하던 수입 맥주까지 밀어낸 위스키가 M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도 저렴한 위스키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7월부터 11월 19일까지 위스키 매출이 상반기 대비 80%가량 상승했다”며 “12월 연말, 크리스마스 등 위스키 대목이 포진한 것으로 볼 때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까지 도수가 높아 부담스럽게 생각됐던 위스키가 하이볼 등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주류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계속 증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베니, 히비키, 야마자키, 맥캘란, 가쿠빈 등 하이볼 베이스가 되는 위스키류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MZ세대가 주 소비자인 만큼 고가보다는 5~10만원대 가성비 위스키가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위스키 회계연도 기준으로 9월~11월19일까지 지난해 대비 21% 성장했다”며 “아직 하반기가 3개월여 남은 시점으로, 연간 실적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전년도 매출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는 올해 하반기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짐빔(3만2000원), 산토리위스키 가쿠빈(3만9800원), 글렌스택스카치위스키(1만900원), 제임슨스탠다드(3만7900원), 랭스(1만900원) 등 1~3만원대 위스키가 매출 상위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마트 또한 “위스키 매출이 23년 누계 기준 지난해 대비 20% 신장 중이며, 연말을 앞두고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며 “현재 인기 위스키 상품으로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700㎖)’와 ‘산토리 가쿠빈(700㎖)’이 있으며 각 11만5000원, 4만19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이 위스키 매출 소폭 증가세는 ‘가성비’를 내세워 MZ세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편의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올해 5만원 이하 위스키 매출률은 83.4%, 5~10만원 이하 위스키 매출률은 10.8%로 지난해 대비 각각 88.9%, 8.2% 성장했다”고 말했다. CU의 위스키 연령별 매출 구성비는 20대 28.6%, 30대 30.7%, 40대 24.4%, 50대 12.2%, 60대 4.1%다.

CU는 “20·30세대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위스키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고가의 인기 위스키를 특가에 할인 판매하는 행사인 렛주고 행사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 3500병 물량으로 진행된 모바일 렛주고 행사에서는 지난 8월 오프라인 행사 대비 매출이 5.5배 증가했으며, 위스키 전체 매출도 행사 전주 대비 330% 뛰었다”고 전했다.

GS25에서 판매된 인기 위스키는 1위 잭다니엘스 500㎖, 2위 잭다니엘스 허니 500㎖, 3위 사피루스 450㎖, 4위 조니워커 400㎖로 나타났다.

GS25 측은 “모바일로 주류를 주문해 인근 GS25에서 찾아갈 수 있는 ‘와인25플러스’을 통해 위스키 등 5000여종 이상의 주류 상품을 운영하며 기존 백화점, 주류 전문 판매점을 주로 이용하던 MZ소비자를 편의점으로 대거 유입시키고 있어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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