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 K코미디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TV가 아닌 유튜브서 꽃을 피운 코미디가 OTT를 통해 다시금 TV로 무대를 옮겨왔다. 지상파 채널인 KBS도 ‘개그콘서트’를 부활, K-코미디의 활력이 돋는 추세다.

지난 8월 tvN ‘코미디 빅리그’가 방송을 중단하면서 공개코미디 위기론이 돌기도 했지만 비교적 제약이 덜하고 제작 규모도 적은 유튜브에서 ‘피식대학’, ‘숏박스’, ‘빵송국’, ‘스낵타운’, ‘흔한남매’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채널이 생겨났다. 각 채널별 성격도 다를 뿐더러 개성도 강하고 신선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모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 달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은 ‘레거시미디어’가 기반인 이경규, 탁재훈 등과 이용진, 정영준 메타코미디 클럽 대표 등 유튜브를 통해 성장한 개그맨들이 팀장으로 나선 가운데 ‘코미디 빅리그’와 메타코미디 클럽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 15명이 삼삼오오 한 팀을 짜, 코미디를 벌여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이다.

서바이벌보다는 ‘누가 더 선수들을 웃기는 무대를 만드는가’에 방점이 찍혔다. 팀마다 합을 맞춘 코미디를 선보이고 이를 본 개그맨과 팀장이 투표하는 방식이다. 팀 배틀에서 정영준 팀, 탁재훈 팀이 떨어진 뒤 남은 팀의 멤버들끼리 개인전을 벌였다.

‘코미디 로얄’은 공개 후 꾸준히 넷플릭스 내 통계에서 1위를 유지 중이다. 기대작인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2’의 공세에도 1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선 날고 기는 개그맨 선수들이 모여 코미디를 선보인다. 뛰어난 연기는 물론 순간적인 센스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멘트, 굳이 애써 웃어주지 않는 리액션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일반적인 코미디뿐 아니라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방식의 로스팅(Roasting), 이른바 ‘웃음 참기 챌린지’ 형태도 도입했다. 개그맨 개인 역량을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냉철한 비판’은 ‘코미디 로얄’의 신선한 포인트 중 하나다. 웃음의 강도가 약하면 민망한 리액션과 더불어 조롱도 이어갔다. 때론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영준 팀이 원숭이를 이용한 성적코미디를 선보이자 이경규가 취한 분노의 리액션이 대표적이다. 이후 이경규는 자신이 강하게 비판한 원숭이 분장을 직접 하면서 반전을 그려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욕설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수위높은 표현이 난무하지만 이경규와 탁재훈, 이용진, 문세윤 등이 적당한 선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를 흡수할 발판을 마련했다.

‘코미디 로얄’의 선전과는 달리 지난달 12일 첫 방송한 ‘개그콘서트’는 기대만큼은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1회 4.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 3회에선 3.3%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대체로 신인 개그맨들이 주로 무대에 오르고, 시간대까지 오후 10시 25분으로 밀리면서 ‘코미디 로얄’에 비해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또 과거 방식의 공개 코미디 형태의 한계와 드라마 타이즈 형태의 무대를 꾸미고 있는 점, 이미 여러 형태로 등장한 코미디를 답습하고 있는 것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 가운데 ‘봉숭아 학당’에서 선보이는 신예 신윤승은 의미있는 ‘발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정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재치 있게 공영방송의 불필요한 제약을 꼬집는 대사가 발군이라는 반응이다. 이외에도 ‘니퉁의 인간극장’의 니퉁을 연기하는 김지영과 ‘봉숭아 학당’의 남동엽 역의 남현승도 호평받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볼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는 건 반길만 하다. 지속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코미디가 웃음만 목적으로 하지 말고,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와 해학이 필요하다”며 “요즘 코미디가 너무 생존의 형태가 되고 있다. 원초적인 코미디보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 통찰이 있는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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