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역대급 계약에 역대급 디퍼(Defer:지급 유예)다. 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디퍼 얘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이 정도로 비중이 클 줄은 아무도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2024시즌 연봉은 불과 200만 달러다. 2022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한 NC 드류 루친스키와 연봉이 같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다. 분명 오타니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연평균 7000만 달러로 미국 스포츠 역대 최고액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계약 발표 당시 디퍼 조항이 포함됐다고 했고, 12일 이 디퍼 조항의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 ESPN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저스와 오타니는 7억 달러 중 6억8000만 달러를 지급 유예했다. 즉 오타니가 다저스 선수로 뛰는 10년 동안은 2000만 달러만 받는다. 그리고 2034년부터 10년 동안 6억 8000만 달러를 받는다. 2024년부터 2033년까지 10년 동안 연봉 200만 달러. 연봉만 놓고 보면, 2023년 오타니 연봉 3000만 달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계약 구조인데 오타니가 이를 원했다. 이전에도 그랬듯 돈보다는 자신의 꿈과 승리를 우선시했다. 처음 빅리그에 진출한 2018년에도 오타니는 보통의 선수와는 다른 시선으로 최고 무대를 바라봤다.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을 감수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규정상 만 25세 이후에 미국 땅을 밟아야 최소 연봉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돈은 중요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만 23세를 앞둔 2017년 겨울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2018년 연봉 54만 5000달러, 2019년 연봉 65만 달러를 받았다. 빅리그 최소 연봉에 준하는 금액이다. 만 25세 이후부터 연봉이 크게 올랐는데 돈을 중요시했다면 오타니는 만 25세가 되는 2020년에 맞춰 빅리그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하루라도 먼저 최고 무대에 서는 데에 비중을 뒀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꿈을 실현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번 디퍼 비중도 그렇다. 다저스 구단 사정을 고려해 자신의 연봉 부담을 최대한 낮췄다. 물론 규정상 디퍼 금액이 고스란히 팀 연봉에 잡히지는 않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4억 6000만 달러가 팀 연봉에 포함된다. 그래도 다저스 입장에서는 오타니 영입만큼이나 든든한 지원이다. 2024년 팀 연봉에서 7000만 달러가 아닌 4600만 달러가 추가된다. 또 한 명의 특급 FA를 영입할 여유 공간이 생겼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오타니 다음 최대어로 꼽히는 FA는 특급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블레이크 스넬이다. 선발진을 채워야 하는 다저스인데 당장 오타니의 연봉 부담을 크게 덜었다. 야마모토 혹은 스넬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참전할 수 있다.
오타니 영입은 다저스 광폭 행보에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2025년에는 오타니도 팔꿈치 수술에 따른 재활을 마무리함에 따라 선발진에 합류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승 후보 1순위로 자리할 다저스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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