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데이터는 어느 구단이나 방대하게 갖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가공해 선수에게 쉽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죠.”
KIA는 올시즌부터 심재학 단장 주도로 데이터 분석팀을 강화했다. 운영팀 산하에 있던 데이터팀을 단장 직속으로 재편해 힘을 실었다.
바야흐로 통계가 주도하는 시대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닌데,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두 추적하고 수치화해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KIA는 일찌감치 판도를 읽고 국내 구단 최초로 ‘호크아이’를 들여오는 등 양질의 데이터를 쌓는데 집중했다.
호크아이 말고도 여러 장비를 추가했다. KIA 데이터기획팀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2군 훈련장이 있는 함평에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이 초고속 카메라로 새로운 선수들이 입단하면 모든 구종 그립을 다 찍을 수 있다”고 했다.
호크아이 역시 개선을 계획 중이다. 그는 “호크아이는 투수한테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데, 향후 타구 발사각도나 타석에서의 움직임도 수치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비 강화에만 수억원을 들였다. KIA는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데이터 파트에 필요한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도 데이터 수치에 친숙하다. 데이터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수들이 데이터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이해도가 떨어졌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선수가 먼저 ‘제 데이터는 어떤가요?’라고 물어본다. 예를 들어 ‘제 릴리즈 포인트가 낮아졌나요?’ ‘슬라이더 회전수(RPM)가 어느 정도까지 떨어졌나요?’ 등 구체적인 질문을 먼저 한다”고 귀띔했다.
데이터팀의 고민은 수많은 측정값 중 핵심을 뽑아내 명료하고 간결하게 선수에게 전달하느냐이다. 관계자는 “호크아이 도입 후 데이터양이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아졌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꽤 큰 돈이 들어간다. 축적된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뽑아내는 잘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때문에 KIA는 추출과 가공을 전담하는 직원을 충원했다. 국어국문학과와 통계학을 전공한 이 직원은 데이터를 쉽게 풀어쓴 보고서를 만들어 코치에게 전달한다. 코치들이 한 번 숙지한 뒤 선수에게 전달해 효율성을 높인다. 관계자는 “데이터를 뽑아 보고서를 올리면 현장 코치가 선수들만의 용어로 선수에게 직접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프런트 직원이 선수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는다.
정규시즌 중에도 경기 실시간 데이터가 더그아웃으로 쉼 없이 전송된다.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선수에게 데이터값이 전달돼야 한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우리팀 선수 A가 타석에서 삼진아웃됐다. 그때 A가 이 데이터를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삼진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스쳐간다. 양질의 정보를 어떻게 하면 빠르고 쉽게 전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팀 강화는 심재학 단장이 하고자 하는 ‘KIA 팀 컬러 만들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심 단장은 “일종의 ‘성벽’ 쌓기인데, 단장과 감독 등 사람이 바뀌어도 팀 컬러와 기조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은 팀원들끼리 열심히 공부하며 보완하고 있다는 KIA 데이터팀은 오늘도 여전히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방대한 정보 속에서 선수에게 꼭 필요한 수치를 건져내 이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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