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절대 멈추지 마세요!”

양손에 스틱을 들고, 기구에 앉았다. 그런데 장소가 얼음 위다. ‘명품배우’ 신현준(55)이 파라아이스하키에 도전했다. 탁월한 운동신경에 특유의 친화력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파라아이스하키는 하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아이스하키 종목이다. 일종의 썰매에 앉아서 한다. 아래쪽 끝에 톱니가 있는 스틱 2개를 양손으로 잡고 팔로 움직인다. 자연히 슈팅도 이 스틱으로 한다.

한국은 파라아이스하키 강국으로 꼽힌다. 지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감이 있다. 파라아이스하키 자체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신현준이 나섰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파라아이스하키와 인연도 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파라아이스하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홍보를 맡기도 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서울파라아이스하키팀 한민수 플레잉 코치가 신현준을 초청했다. 한 코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 당시 대표팀 주장을 맡아 동메달을 이끈 영웅이다.

남양주 별내빙상장에 서울파라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모였고, 신현준도 도착했다. 지인 박윤희 디자이너도 왔다.

신현준은 “서울시장애인체육회 홍보대사 아닌가. 심지어 나는 기간도 없다”며 웃더니 “파라아이스하키를 직접 해보고, 또 알리기 위해 왔다. 한민수 코치가 초청해주셔서 왔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썰매를 타고 할 뿐, 기본적으로 아이스하키는 격렬한 스포츠다. 보호장구는 필수. 한 코치가 신현준을 위해 장비를 직접 준비했다. 언더셔츠부터 각 부위별 보호구까지 차근차근 착용했다.

신현준은 “얘기도 좀 하고 그럴 줄 알았더니 그냥 장비부터 채우네”라고 너스레를 떤 후 “무거운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미소를 보였다.

착용을 마친 후 아이스링크에 들어섰다. 스케이팅 자세부터 드리블 패스 등 기본기부터 착실히 익혔다. 체육교육과 출신답게 운동신경은 확실했고, 금방 익숙해졌다. 한 코치를 비롯한 서울파라이이스하키팀 선수들도 “쉽지 않은데 금방 한다”며 놀라워했다.

미니 릴레이 경기도 열렸다. 계주를 썰매를 타고 진행했다. 오롯이 팔의 힘으로만 밀어야 하는 상황. 신현준은 괴성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했고, 그가 속한 블루팀이 승리했다. 이어진 미니 게임에서도 신현준이 2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신현준은 “잘 배웠다. 함께 경기까지 해서 영광이다. 선수들의 열정을 느꼈다. (선수) 여러분의 목표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편했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파라아이스하키를 접했다. 지금도 여전히 여건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개선되고 있고, 좋아지고 있다. 스포츠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팬) 여러분의 도움과 응원”이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미국의 명배우 알 파치노를 떠올렸다. 알 파치노는 1973년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올랐다. 이를 포함해 남우주연상 후보 5회, 남우조연상 후보 4회를 기록했다. 수상은 딱 한 번이다. 첫 후보에 오른 후 20년이 지난 1993년이다.

신현준은 “(알파치노는) 훌륭한 배우다. 그러나 오스카(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는 알 파치노를 버렸다. 항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한 적이 없다. 수십 년이 흘러 마침내 상을 받았다. 그때 알 파치노는 ‘멈추지 말라. 킵 고잉(Keep going)’이라고 했다. (선수) 여러분도 도전을 멈추지 말고 킵 고잉!”이라고 외쳤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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