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강예진 기자] 극명하게 대비됐다.

하지메 모리야스 감독이 이끄는 일본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이라크에 1-2 ‘충격패’했다.

이번 대회 한국과 함께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일본은 지난 14일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을 4-2로 이겼다. 이라크까지 잡으면 조기 16강 확정이었지만, 경기 내내 주도권을 뺏긴 경기력으로 대회 첫 패배를 떠안았다.

이라크의 빠른 역습 전개에 ‘쩔쩔’ 맸다.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힘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기세에서 밀린 이유는 또 있다. 경기장 분위기였다. 경기장에는 3만8663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빈자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이라크를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전반 5분 이라크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부터였다. ‘이라크’를 외치며 선제골을 자축했다. 일본이 공격권을 잡을 때는 야유를, 이라크가 공격권을 잡았을 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기장을 찾은 오만 매체 ‘오만데일리’ 왈리드 기자는 “경기장에는 이라크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중동에 있는 우리(오만)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란 등에서 온 팬들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라크가 주도권을 잡을 때면 중동권 팬들은 일정한 리듬과 박자에 맞춰 ‘soul and blood for Iraq’의 문구를 외쳤다. 왈리드는 “이라크의 정신에 깃든다는 의미”라면서 “I am completely redemptive for my homeland(조국을 구원한다)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의 응원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최고조’로 향했다. 2-0으로 앞선 채 경기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에서 더욱 그랬다. 일본이 후반 막판 공세 속 추가시간 엔도 와타루의 만회골이 터지자 ‘우~’ 야유소리가 흘러나왔다. 2-1로 쫓기는 흐름에서 일본의 공격을 이라크가 몸날려 막아내자 다시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이라크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한 걸음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승리의 기쁨을 누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7위가 17위의 일본을 잡았으니 그럴 만했다. 이라크가 일본에 승리를 거둔 건 1982년 아시안게임(1-0 승) 이후 42년 만이다. 이라크를 응원한 관중 역시 환호와 뜨거운 박수로 그들의 승리를 축하했다.

일본은 조 1위 수성에 실패했다. 2연승을 내달린 이라크(승점 3)에 조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조 2위(승점3)로 추락했다. 선수들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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