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당혹스러워서 회로가 정지된 것 같다.”

당혹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장정석 전 단장의 이른바 ‘뒷돈거래 요구 의혹’이후 도덕성 쇄신을 강조한 KIA가 또 한 번 풍랑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현장 사령탑이다.

KIA는 28일 오후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 구단에 “김종국 감독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김 감독을 불러 사실확인했고,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했다.

구단은 쑥대밭이 됐다. 쇄도하는 문의에 “세부사항을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 중이다. KIA 심재학 단장은 이날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금품수수 관련 의혹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자세한 건 구단도 파악 중”이라며 “검찰조사를 시작한 단계여서 무혐의가 될지, 혐의가 입증될지조차 예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이틀 앞두고 이런 문제가 불거져 구단으로서도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KIA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정상적인 감독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조사가 장기화하면 캠프는 물론 시즌 준비에 집중하기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결론이 빠르게 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최근 문제가 된 입단을 미끼로 고액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독립구단 간부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장 전 단장 사건과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모르겠다”라고 답해 물음표를 남겼다.

심 단장의 말처럼 단순 의혹일 수도,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구단은 사실관계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 의혹 제기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만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기에는 구단이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 구단 핵심 관계자는 “직무정치 처분에 대해 김 감독도 ‘구단의 결정에 따르겠다’고만 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이 조사받은 사실을 구단에 즉각 알리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운다.

KIA는 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즉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고, 경위서를 작성해 보고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로 KIA는 감독 없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우선은 진갑용 수석코치가 김 감독을 대신해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과 피치클락 도입, 베이스 확대, 수비시프트 폐지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해여서 캠프에서 챙길 게 많다. 진 수석코치도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지만, 작전·주루 코치를 오래한 김 감독과는 생각의 결이 다를 수도 있다. 대권도전을 외친 KIA의 시즌이 출발부터 삐걱댄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 감독이 혐의에서 벗어나 복귀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면, 문제가 커진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니, 검찰로서도 쉽게 결론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스프링캠프 시작을 코앞에 두고 야구계 시선이 검찰에 쏠리고 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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