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올해 설에는 오랜만에 본가에 가요. 늘 행사와 방송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잡채, 갈비 먹을 생각에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요.”

‘섹시군통령’으로 사랑받은 30대 여성 트로트 대표주자 설하윤은 설 계획을 얘기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돌 연습생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지 벌써 9년. 방송촬영과 각종 행사 때문에 매년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을 본다며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설하윤은 ‘국민히트곡’의 주인공이다. 그의 히트곡 ‘눌러주세요’가 지난해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3’의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면서 ‘제2의 설하윤’을 꿈꾸는 지원자들이 너도나도 ‘눌러주세요’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설하윤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원곡의 맛은 그 누구도 따라잡기 힘들다는 평가다.

“‘미스트롯’ 예고편에서 전 출연진들이 제 노래를 부르면서 입장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을 보며 울컥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마음을 알기에, 지원자들이 제 노래를 부르는 날이 왔다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벅차올랐죠.”

실상 설하윤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장 탐내는 인재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오디션 출연은 지난 2017년 방송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유닛’), 2020년 방송된 KBS2 ‘트롯전국체전’, 단 두 편뿐이다. 세대와 장르, 경력을 막론하고 너나할 것 없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여타가수들과는 결이 다른, 뚝심있는 행보다.

“‘더 유닛’에 출연 할 때만 해도 다른 출연자들은 거의 아이돌 출신이었고 저만 트로트 가수였죠.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 중 결혼한 친구들도 있어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화제성은 높아지지만 누군가를 짓누르고 경쟁하는 게 힘들어요. 다행히 그 사이 설하윤만의 브랜드가 생기고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져서 오디션 출연보다 제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자리를 만들려 해요.”

이런 ‘굳은 멘탈’은 설하윤의 남다른 경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한 연예기획사에서 약 12년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2015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불멸의 연습생 S양’이란 이름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연습생들은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결국 팀이 해체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12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겪은 설하윤은 차세대 트로트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제2의 설하윤’을 꿈꾸는 트로트 신예들이 속속 생겨났고 소속사도 트로트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소속사(TSM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을 만났을 때 오래 걸려도 길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돌아가자 마음먹었어요. 12년간 연습생을 했으니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면 가수생명이 짧을 수 있지만 트로트계에서는 아직도 막내라 늘 대선배님께 사랑만 받거든요. 무대에 서는건 다 똑같아요. 조금만 방향을 틀어 시야를 넓히면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어요. 저도 선배들에게 받은 사랑만큼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금산 인삼축제를 다녀왔다. 2016년 데뷔 전 처음으로 참석했던 행사다. 8년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서니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처음 인삼축제 무대에 섰을 때만 해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무작정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죠. 하하, 다시 그 무대에 오르니 엄청 행복했어요. 항상 꿈꿔왔던 장면이 막상 눈앞에서 펼쳐지니 그 희열을 말로 설명 못하겠더라고요. 복잡미묘한 감정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설하윤의 장기는 특유의 간드러지는 콧소리와 더불어 좌중을 압도하는 흥이다. 이런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기인했다. 행사 비수기인 1, 2월에는 필라테스, 발레로 코어 근육을 다진다. 최근에는 아쉬탕가 요가에 푹 빠졌다.

10Cm가 넘는 힐을 신고 무대를 펼쳐야 하다 보니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관리를 위해 하나, 둘 배우다 보니 이제 웬만한 동작은 척척 해낸다. 설하윤은 “운동선수들이 비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 듯 트로트 가수들도 1, 2월은 몸과 성대의 건강을 살피는 시기”라고 했다.

지난해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던 설하윤은 2024년에도 전국 방방곡곡 찾아가 팬들을 위한 노래를 들려줄 계획이다. 팬데믹을 회복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노래를 통해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제 1호 팬은 우울증을 앓고 계셨는데 저 때문에 우울증이 나아졌다며 위로가 돼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저도 팬들에게 받은 위로가 커요. 올해에는 신곡 ‘속담파티’를 비롯, 국민들을 신나게 하는 곡을 더욱 많이 발표하려고 해요. 기회가 된다며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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