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TV로만 볼 수 있고 게임에서나 붙을 수 있는 선수와 직접 마주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었다. 더불어 상대팀 감독도 대범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 팀이 한국을 찾은 서울시리즈에서 소중한 경험을 한 대표팀 투수 원태인(24)이다.

원태인은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평가전에서 대표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문동주에 이어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 3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무실점보다 큰 소득은 구위가 통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궁금했던 자신의 구위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는지를 이날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로 확인했다. 꾸준히 90마일(144.8㎞) 이상이 찍힌 포심 패스트볼. 포심과 짝을 이루는 체인지업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3회 매니 마차도와 승부가 백미였다. 볼카운트 2-0에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과감함을 보였고 이 과감함이 통했다. 연속으로 체인지업을 구사해 볼카운트 2-2가 됐다. 이후 원태인은 포심으로 타이밍을 한 번 흔들었고 다시 회심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마차도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원태인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후 원태인은 당시 순간에 대해 “일단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와 경기를 해서 영광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게임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정말 신기했고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마운드에 올라왔다”며 “마차도 선수에게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고 싶다고 형들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그게 실현이 됐다. 정말 기분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통해 찍힌 구속에 대해 “시즌 때 나오는 평균 구속과 최고 구속이 오늘 나왔다. 오늘 경기 전까지 올해 최고 구속이 147㎞였는데 그 이상이 계속 나왔다”며 “딱 개막까지 일주일이 남았는데 만족스럽다. 이 정도면 90%, 아니 100% 올라온 것 같다”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전했다.

김하성과 승부를 두고는 빅리거에게 박수를 보냈다. KBO리그 시절 김하성 상대로 8타수 무안타로 강했던 원태인은 이날 경기 3회에는 김하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김하성에게 몸쪽을 깊게 파고드는 속구를 던졌는데 김하성은 이를 절묘하게 받아쳤다.

원태인은 “내가 유리한 카운트였다. 빠른 공을 던져보고 싶었다. 잘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공을 편하게 치더라. 정말 더 좋은 선수가 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원태인은 지난 16일 대표팀 훈련 시간에 LA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나우와 만나 대화한 내용도 털어놓았다.

그는 “커브를 물어봤다. 예전부터 글래스나우 선수의 커브가 정말 부러웠고 궁금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정말 자세히 알려주더라. 덕분에 오늘 바로 써먹었다.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커브였다”며 “밸런스 부분에서도 조언을 구했는데 이 부분도 도움이 많이 됐다. 오늘 좋은 밸런스에서 투구했는데 글래스나우 선수가 큰 도움이 됐다. 이 기사를 볼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도 원태인의 투구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실트 감독은 대표팀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에 대한 질문에 “선발 투수인 문동주와 다음에 나온 원태인 투수가 인상적이다. 문동주 선수는 좋은 어깨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태인 선수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선수들끼리 더그아웃에서 대범한 투수라고 얘기하더라. 멋진 투수들을 봤다”고 답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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