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에서 연재된 이와야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 ‘기생수’는 수많은 만화 팬들에게 ‘전설’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 양국 만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생수’가 한국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로 재탄생했다. 애니메이터 출신 연상호 감독의 손을 통해서다. 다음 달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원작에선 주인공 신이치의 오른팔에 미기라는 기생 생물이 들어가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는 원작과 같은 시대 ,한국에선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상상력을 덧붙였다.기생 생물의 존재가 인간에게 알려진 뒤 이들을 살상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가 꾸려지고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연상호 감독은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에서 “‘기생수’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바이블같은 작품이다. ‘이 만화 밖의 세계는 어떨까’라는 질문이 ‘기생수’의 출발인 것 같다”며 “원작자에게 아이디어의 내용을 편지로 보냈고 재밌어했다. 그렇게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연상호 감독 “나는 성공한 덕후…마지막 회 충격받을 것”

‘지옥’(2021) 시리즈를 시작으로 연 감독은 ‘정이’(2023)와 ‘선산’을 넷플릭스와 함께했다. 현재 ‘지옥2’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기생수’까지 내놓게 됐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연 감독은 자신을 성공한 덕후로 만들어준 넷플릭스에 고마움을 표했다.

연 감독은 “넷플릭스는 세계적인 동시에 마니아적인 부분도 있다. 만화를 좋아했던 나로서 넷플릭스를 통해 ‘기생수’를 만들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원작은 최애 작품이다. 덕질(즐기는 행위)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성공한 덕후’(열성팬)로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야키 히토시 작가의 원작은 연 감독 뿐 아니라 국내외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력을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 내면의 욕망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통상 리메이크작은 원작팬들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태어난다. 원작의 인기가 높을 수록 반발도 심하다.

연 감독은 “원작팬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내가 ‘기생수’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다”며 “마지막화를 다 보고 나면 원작 팬들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자부심이 있다. 원작을 보고 작품을 보시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tvN ‘라이어 게임’(2014)에 이어 ‘괴이’(2022)에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류용재 작가도 ‘기생수’에 합류했다. 류 작가는 “연 감독님과 작업은 재미와 즐거움의 연속이다. 장르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라며 “수인(전소니 분)을 통해 인간과 기생생물 간의 공존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이정현 “연상호 감독과 가족계획 같이 세워”

원작에 신이치가 있었다면 ‘기생수’에는 수인(전소니 분)이 있다. 다른 기생수들은 기생 생물에 완전히 지배당했지만, 수인은 일부의 시간만 지배된다. 완전한 기생수도, 인간도 아닌 회색과 같은 존재다.

수인을 연기한 배우 전소니는 “수인은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고 여긴 인물인데, 하이디라는 기생 생물을 받아들인 뒤 유대감을 느끼는 존재가 된다. 그러면서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전혀 다른 존재가 한 몸에 공존하는 인물이라 고민이 많았다. 인간 수인을 분명하게 표현하면, 기생수의 순간이 더 잘 도드라질 것이라 생각해 수인에게 집중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사라진 여동생을 찾는 설강우를, 이정현은 ‘더 그레이’ 팀장 최준경을 연기했다. 전소니가 CG 액션을 맡은 만큼, 두 배우는 총기 액션을 선보인다.

구교환은 “체력 안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행복하고 즐겁게 액션연기를 하려면 밥 잘 먹고 안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정현은 “출산 후 3개월쯤 촬영에 합류했다. 촬영 일정을 맞추려고 임신 계획을 연 감독님과 함께 세웠다. 총이 무거워서 아령을 들고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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