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타임도 준수

[스포츠서울 | 수원=황혜정 기자] 오후 3시경, KT 내야수 강백호(25)가 포수 장비를 주섬주섬 입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3시 10분경, KT 장재중 배터리코치와 함께 포구 훈련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0분을 훈련했다. ‘포수’ 강백호가 현실화됐다.

강백호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KIA와 홈경기에 앞서 포수 장비를 입고 포수 훈련에 나섰다.

처음엔 장 코치가 던져주는 공을 받는 훈련을 했다. 이 연습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자리를 옮겨 이번엔 2루로 뛰는 주자를 잡는 송구 훈련을 했다. 2루수가 없어서 정확한 팝타임을 재지 못했지만, 공을 미트에 잡은 뒤 일어서 송구해 2루 부근까지 도달한 팝타임은 2초 이내. 수준급이었다. 송구 방향도 정확했다. 강한 어깨가 돋보였다.

또 한 차례 자리를 옮겼다. 그라운드 뒷편으로 갔다. 이번엔 파울플라이를 잡는 훈련을 했다. 강백호는 까다로운 플라이도 끝까지 쫓아가 잡아냈다. 코치진의 박수가 이어졌다.

강백호는 지난 3일 KIA전에서 KT 주전 포수 장성우 대신 8회초 포수 마스크를 쓰고 2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안타를 쳤는데, 경기 후반 포수로 나선 것이다. 프로 통산 4번째 포수 출장이다.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 한 차례 포수로 출격하며 ‘포수’ 강백호가 정말 현실화되나 싶었는데, 사흘만에 다시 출전하며 본격 포수 강백호 시대를 알렸다.

KT 이강철 감독은 4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먼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아직은 당장 선발 포수로 나설 수 없다. 빠른 공은 오히려 잡을 수 있는데, 커터 같은 변화구를 잡을 수 있는지는 시간을 두며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4일 필드에서 연습한 포수 훈련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이 감독은 “현재 포수가 장성우밖에 없다. 강백호를 잘만 키우면 우리팀은 포수 걱정이 없다. 나중에 포수를 시키려고 천천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강백호는 현재 팀 사정상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4일도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이다. 그러나 포수로도 출장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서 KT의 전술 운용폭도 넓어졌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포수로 나가면 우리가 외야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다. 2~3명이 산다”며 미소지었다.

‘천재타자’ 강백호는 서울고등학교 재학 시절 포수를 봤다. 포수로서 재능이 출중하다. 프로 입단 후 포수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포수로 출장해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뽐냈다. KT의 새로운 시도가 향후 팀의 운영과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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