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안방극장에 ‘음흉한 어린 남편’이 늘고 있다.
MBC ‘원더풀 월드’, KBS2 ‘멱살 한 번 잡힙시다’(이하 ‘멱살’), 쿠팡플레이-JTBC ‘하이드’는 능력은 물론 가정에도 충실한 여주인공이 정체를 숨겨온 음흉한 남편 때문에 비극을 경험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인공이 연상연하 부부라는 점도 하나의 포인트다. 김남주와 김강우는 7살 차이가 나며, 김하늘과 장승조는 3살, 이보영과 이무생은 1살 차이다. 40대 남자배우 기근이 심해지면서 연상녀 톱여배우-연하남 트렌드가 이어지는 추세다.
김남주의 복귀작 ‘원더풀 월드’는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교수 은수현(김남주 분)이 법망을 벗어난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악순환의 고리를 짚었다.
극 중 김강우가 맡은 역할은 은수현의 남편이자 방송사 스타 앵커 강수호다. 은수현이 아들을 죽인 권지웅(오만석 분)을 직접 처단한 뒤 전과자가 됐을 때 지극정성으로 면회를 찾아오는 등 자상한 남편이었다. 그러나 아내와 친자매 같은 한유리(임세미 분)와 불륜관계였다는 게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설상가상 권력을 잡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인 국회의원 김준(박혁권 분)을 돕기까지 한다.
‘멱살’은 나쁜 놈과 맞서는 기자와 강력팀 형사가 연이어 터진 살인사건을 함께 추적하며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방송국 기자로서 사이다 발언을 하던 서정원(김하늘 분)이 우연히 사건을 조사하던 중 남편 설우재(장승조 분)의 의뭉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연이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가운데 남편과 내연관계라고 밝힌 차은새(한지은 분)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남편이 만나고 있던 사람이 직접 소개해준 정신과 의사 유윤영(한채아 분)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믿었던 남편의 배신에 서정원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하이드’는 검사 출신 변호사 나문영(이보영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편(이무생)의 정체를 좇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무생이 맡은 차성재는 문영과 법무법인을 공동대표로 경영하는 변호사다. 한없이 자상하고 성실한 남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자살로 자작극을 벌였고 각종 범죄에 연루돼 있었다. 설상가상 차성재의 장례식장에서 오열을 마지않았던 시댁 식구들은 차성재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이 회마다 터지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부부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부조리한 시스템과 자상함 속에 숨은 폭력성이 담겨 있다. 이런 남성들과 맞서 싸우는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이 시청자의 재미를 부추기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드라마 주 시청 타깃인 여성들의 공감을 끌기 위한 여성 서사가 많아지고 있다. 그중 기혼여성 대부분은 남편에게 불만이 있다. 공감을 목적으로 한 설정이 비슷한 드라마가 공교롭게 동시에 나온 것 같다”며 “연하남에 대한 로망도 있고, 주연 여배우의 나이대가 높아지면서 멋지고 잘생긴 연하 남자배우의 캐스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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