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우려한 것보다는 조용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 선수 본인도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논란 끝에 돌아온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살 떨리는 복귀전을 무사히 마쳤다.
오구플레이 늑장신고로 3년 출전정지 중징계를 받았다가 기습적으로 감면된 윤이나가 필드로 돌아왔다. 제주 서귀포에 있는 태디벨리 골프&리조트에서 치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이 공식 복귀전 무대. 첫날 2언더파 70타로 출발한 뒤 나머지 사흘간 모두 이븐파를 적어 2언더파 286타 공동 34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회 첫날 공식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으며 “죄송하다. 다시 필드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정직한 선수, 믿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거듭 강조한 그는 나흘 내내 같은 말을 반복했다.
1라운드 1번 티잉 그라운드에서 갤러리를 향해 허리숙여 인사한 그는 마지막 날까지 인사를 반복했다. “팬 덕분에 (징계를 감면받고) 필드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감사 인사해야 한다. 상처받은 동료들에게도 말과 행동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경기 내용을 복기할 때와 달리 팬과 동료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드러날 정도로 위축됐다. 복귀 과정과 경기 관련은 물론 공식기자회견 내용이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는데도 “겁이나서 못봤다”고 말할 만큼 여전히 형체없는 감독에 갇혀있는 인상도 숨기지 못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 각인될 주홍글씨로 박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게 윤이나의 눈빛과 행동, 말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잘잘못을 떠나 깊고 어두운 동굴에 갇힌 기간이 짧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대중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첫발을 내디뎠다. 자천타천 무대 위로 끌려나왔으니 할 수 있는 건 지나치다 싶을만큼 사죄하고, 복귀를 바란 팬에게 실력으로 보답하는 길밖에 없다.
매 라운드 첫 티샷 전 갤러리를 향해 머리를 숙이는 것은 “부족하겠지만, 시즌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사죄의 마음을 전하려면, 시즌 끝까지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골프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도 했는데, 복귀전에서 받은 상금 835만5000원을 모두 재단법인 나인밸류스에 기부했다.
윤이나는 “모처럼 나흘 동안 걸어서 플레이했더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경기 감각도 중요하지만,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자고 잘먹어야 체력을 기를 수 있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출전할 수 있는 많은 대회에 나서 동료선수와 팬에게 사과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비난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쌓을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에 갇혀있는 것보다, 빛이 있는 곳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쪽이 훨씬 희망적이다. 윤이나가 돌아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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