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포스터에도, 예고편에도 유아인의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졸지에 원톱’이 된 안은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아인의 작품 중 출연 비중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26일 공개된다.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지만 유아인 파문으로 공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 충돌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종말을 앞둔 사회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유아인은 극중 교사 세경(안은진 분)의 오랜 연인이자 생명공학 연구원 윤성을 연기한다. 마약 사건 이전만 해도 유아인 원톱 드라마로 알려졌지만 사건 이후 홍보일선에서 배제됐다. 다만 드라마에서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니다.

연출을 맡은 김진민PD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3부 정도 편집했을 때 유아인 사건이 벌어졌다. 원래 넷플릭스는 한번 편집하면 재편집이 불가하다. 하지만 마약 사건으로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줄였다.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통편집’은 아니다. 김PD는 “이야기의 큰 축을 차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아예 뺄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안은진은 원톱으로 드라마 홍보 일선에 나섰다. 다행히 지난 해 MBC 드라마 ‘연인’으로 인지도와 연기력이 수직상승했다.

김PD는 “안은진과 유아인과 같은 회사다. 하지만 처음 안은진을 캐스팅할 때 ‘유아인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은진을 말뚝처럼 박아놓고 시작했다”며 “안은진 캐스팅은 퍼스트 초이스 원픽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안은진의 부담은 성공하다. 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유아인 없이도 해냈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지만 행여 실패할 경우 원톱배우로서 모든 책임이 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리스크를 예상하지 못하고 이미 예정된 콘티대로 촬영을 마쳤기에 드라마가 성공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나마 ‘종말의 바보’는 분량을 최소화해 빛을 볼 수 있지만 이미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영화 ‘하이파이브’ 등은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덕분에 드라마에 참여한 주연배우는 물론 수많은 조단역배우들과 스태프들 역시 긴 시간을 투자한 작품의 결과물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저지른 일이 수많은 이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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