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벌써 ‘버티기’다. 보통은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넘어가는 여름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그런데 올해는 개막 한 달이 지난 4월말부터 여기저기서 버텨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6년 만에 의도치 않게 찾아온 ‘타고투저’와 함께 마운드를 향한 시름이 깊어지는 올시즌이다.
등판한 투수 숫자만 봐도 그렇다. 지난 21일까지 124경기가 진행됐고 총 190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125경기가 진행된 시점에서는 178명. 2022년 123경기가 진행된 시점에서는 183명이었다. 리그 평균자책점 4.75. 2018년 5.17 이후 가장 마운드 높이가 낮아지면서 너도나도 투수를 긁어모아 등판시킨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블헤더까지 열렸다. 지난 21일 잠실, 문학, 사직에서 더블헤더가 진행됐다. 2004년 4월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더블헤더 이후 20년 만의 4월 더블헤더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잔여 경기 일정 기간인 9·10월에 더블헤더를 편성해왔다.
올해 달라졌다. 평소보다 일주일 먼저 개막했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우천취소 시에는 다음날 더블헤더가 편성된다. 대신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더블헤더가 없다.
지난해 시즌 막바지 더블헤더 집중 편성으로 현장이 애를 먹은 데에 따른 조치다. 게다가 11월 10일 국제대회 프리미어12가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 한국시리즈(KS)를 마쳐야 한다. 2023년 KBO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KS 5차전은 11월13일에 열렸다.
문제는 지난 몇 년 보다 가중된 ‘투수난’이다. 타자가 강세를 보이고 투수는 고전하는데 10구단 중 6구단이 더블헤더를 치렀다. 2군에 연락해 투수부터 찾았는데 마땅치 않다. 21일 더블헤더에 앞서 두산 이승엽 감독은 “투수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다. 투수 한 명이 두 경기에 모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더블헤더가 싫다. KBO리그는 선수층이 얇다. 대체 선수가 없다”고 운영에 어려움을 전했다.
행여 선발 투수가 조기강판되면 대량 실점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1일 더블헤더 6경기 중 2경기에서 양팀 총합 18점. 5경기에서 총합 10점이 넘었다. 이 감독이 우려했던 하루 2경기를 소화한 투수도 12명(키움 조상우 김재웅. LG 우강훈 이우찬 유영찬. SSG 이로운 노경은 한두솔 조병현. 롯데 전미르 최준용 김원중)에 달했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타고투저가 완화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데 기온이 올라갈 것이며 6월까지는 다시 더블헤더를 맞이할 수 있다. 투수가 애를 먹는 시점이 다가오는데 투수가 부족하다. 즉 진정한 마운드 뎁스 싸움이다.
결국 현재 1위 KIA의 불펜처럼 신예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신구조화를 이뤄야 한다. 마운드 뎁스가 곧 순위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군 외에 2군의 역량도 요구된다. 투수를 잘 키우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게 돼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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