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맥가이버’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바로 머리속에서 음악이 하나 재생되며 추억에 잠길 것이다. 맥가이버는 지금의 ‘미드’, ‘넷플릭스 시리즈’ 같은 것들이 ‘외화 드라마’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시절, 방영된 미국 제작 시리즈물이었다.
필자는 이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다. 주인공 맥가이버는 첩보요원으로 악당들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이 임무였는데, 어디에 갇히는 등 위기에 몰리면 항상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그 상황에서 탈출했다.
다용도칼과 덕테이프만 있으면, 과일 시장 한가운데에 있어도 적들을 물리칠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맥가이버는 당시 또래 남자아이들의 우상이 됐고 이들은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분해했다가 조립을 시도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갑자기 30년도 더 지난 드라마를 꺼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당장 주변에 있는 것들로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주인공의 능력 때문이다. 예전 칼럼에서 호신용품에 대해 다룬 적이 있긴 하지만, 호신용품의 가장 큰 단점은 ‘언제나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가’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옷이 얇아지고 있다. 접이식 삼단봉, 호신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어려운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럼 가방에 넣으면 된다?
자, 가방에 넣으면, 위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가방을 뒤져서 호신용품을 찾아내야 한다. 위협을 하는 상대가 다가오는데 “잠시만요”라며 가방을 뒤집어서 내용물을 다 쏟아내고 호신용품을 찾는 것은 개그 소재로나 쓰일 행동이다.
그래서, 도구를 사용하는 호신술을 배울 때는 그 호신용품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짧은 스틱을 활용해 상대의 공격을 막는 방법을 배웠다면, 비오는 날 손에 있을 우산이나, 평소 들고다니는 핸드백, 가방 등을 이용해 스틱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업로드된 영상을 한번 보자. 물론 상황은 연출된 것이지만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이론의 이해’다.
필자의 무술도관에서 긴 봉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데, 그 원리를 알면 꼭 그런 무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영상의 ‘옷걸이’처럼 긴 막대 형태의 무언가가 있으면 똑같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을 이해하면 뭔가가 손에 잡히는 즉시 자신이 익숙하게 연습했던 무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파악할 수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머리에 그려진다. 물론, 무기를 다루는 손의 감각을 위한 많은 연습량은 필수다.
이제 ‘무슨 호신용품을 구입해야지’, 혹은 구입 후 ‘이걸 어디에 넣어다니지?’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삼단봉’ 대신 ‘우산’을, ‘너클’ 대신 ‘스마트폰’을, 경보기 대신 ‘있는 힘껏 소리 지르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보자.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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