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당초 ‘유아인 드라마’로 불린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가 전편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김진민 PD는 “돌 맞을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자신했지만, 대중 반응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일 앞둔 가운데 종말 앞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끝까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JTBC ‘밀회’(2014), ‘아내의 자격’ (2012) 등을 집필한 정성주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당초 지난해 8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입건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26일 어렵게 전편이 공개됐다.

김 PD는 지난 19일 서울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초반 부분을 새로 편집했다고 밝혔다. 유아인 분량을 일부 잘라낼 뿐 아니라 자신이 생각했던 부분을 깔끔하게 고치고 싶었다는 의도를 전했다.

베일을 벗은 ‘종말의 바보’는 지루함의 연속이다. 전개가 느린 데다, 아포칼립스 장르라는 점에서 비교적 우울한 분위기에 숨통을 튀우는 밝은 역할도 전무하다. 또 유아인이 맡은 하윤상 역을 너무 많이 잘라낸 탓인지 내용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실제로 하윤상은 1회에서 3분 50초에 잠시 등장했고, 13분 50초가 돼서야 비로소 긴 시간 얼굴이 잡혔다. 갑작스럽게 얼굴이 나온 가운데 실험실 내 위험한 상황이 그려지는데,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분명히 전해지지 않았다. 네 명의 주인공 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하윤상의 서사를 너무 많이 자른 탓으로 보인다. 3회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만, 인물의 감정과 배경이 싹둑 잘린 터라 공감되지 않았다.

또, 과거와 현재로 시점이 자주 교차하는 가운데 대사보다는 이미지로 상황을 전달하려는 편집은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어려움을 줬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이야기가 초반부터 너무 넓게 퍼져있으며, 사건 사고 없이 인물과 배경 소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도 쉽게 몰입되지 않는 포인트다. 대한민국의 소행성 충돌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소식이 나오고, 곧장 각종 시위와 폭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선 개연성이 부족하다. 여러 설정에서 디테일한 부분도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안은진이 무게를 잡고 연극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전성우도 안정적인 톤이다. 강직한 군인과 혼돈을 표현해야 한 김윤혜도 안정적으로 인물을 그렸다. 아울러 김영옥, 김여진, 박혁권, 신영은, 차화연, 백지원, 박호산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합도 좋은 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 대부분이 진지하고, 유머러스한 대목이 없다는 것이다. 밝은 인물들이 보이지 않아 극이 너무 무겁게 흘러갔다. 특히 박혁권이 맡은 정수근은 부정적인 면이 너무 많다. 게다가 종말을 앞둔 상황에서 딸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가 학업적인 면이란 건 이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종말의 바보’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아무리 주연 배우가 이슈가 있어도 너무 많은 편집은 피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배우 한 명 때문에 제작진과 수많은 배우가 피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종말의 바보’는 홍보도 최소화했다. 주요 배우들은 인터뷰를 포기했다. 오랜만에 주요 배역을 맡은 전성우와 김윤혜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기회를 버렸다. 극 중에서 하윤상과 오랜 친구라는 배역 때문에 유아인과 관련된 발언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배우는 흔히 얻을 수 없는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긍정적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유아인의 마약투약혐는 ‘종말의 바보’ 작품 내외로 큰 피해를 준 셈이다. 이 작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제작진과 배우들에겐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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