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맥키니(미 텍사스주)=장강훈 기자]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가 한 주 쉬어간다. 아내 메레디스의 출산이 임박해 골프 대신 가족을 택했다.

아빠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다둥이 아빠’ 제이슨 데이(36·호주)는 “당연한 일”이라며 셰플러 부부의 순산을 바랐다. 골프도 우승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강조했다. 마침 가정의 달인 5월이 시작돼 PGA투어 최고 선수들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눈길을 끌었다.

제이슨 데이는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 있는 TPC 크레이그 랜치(파71·741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달러) 공식 기자회견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해 마지막 홀에서 김시우와 빗속혈투를 펼친 기억이 나더라”면서 “개인적으로 ‘이 고통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만큼 긴 슬럼프를 겪었는데, 5년 만에 우승한 대회여서 무척 좋았다”고 돌아봤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데이는 “골프 선수는 일종의 어항 속에 산다고 생각한다. 매주 누군가 우승하면, 다음 우승자를 예상하는 일을 반복한다. 요즘처럼 우승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우승 기쁨을 만끽하는 것보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물론 스코티 (셰플러)처럼 쉽게 우승하는 선수도 있다”고 말해 출산 휴가(?) 중인 셰플러를 소환했다.

다섯 남매를 둔 가장이기도 한 데이는 “아이가 태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고, 아이가 없던 시절은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라며 “육아로 얻는 그 순수한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스트레스도 대단하지만,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는 이기적인 운동이어서 아버지로서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다. 적응에 1년가량 걸렸던 것 같다”며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셋은 병원에서, 둘은 집에서 낳았다. 아이들이 사방에 있는데, 좋은 시민이자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미소지은 데이는 “가족이 우선이고 골프가 그다음, (내) 건강이 그다음”이라는 말로 가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일상적인 얘기를 하던 데이는 타이틀 방어만큼이나 중요한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못갔다”고 운을 뗀 그는 “호주를 대표해 파리에 갈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영광일 것 같다. 올림피언으로 불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기회가 오면 100% 출전할 것”이라며 올림픽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PGA투어 통산 13승의 제이슨 데이가 올림픽 출전을 발판삼아 재기 희망을 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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