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 기자] “직구가 좋은데 굳이 변화구를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붙기로 했다.”

자신감이 마운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보여준 강렬한 모습을 재현하는 3이닝 무실점 호투였다. 선발 대결에서 밀렸으나 두 번째 투수로 나와 역전승을 유도하는 값진 투구를 펼쳤다. KT 손동현(23)이 3연패를 끊는 데 힘을 보탰다.

손동현은 19일 수원 LG전 3회초 2사 2루에서 등판했다. 위기에서 첫 타자 구본혁을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후 손동현 특유의 적극적인 승부가 살아났다. 손동현은 4회초와 5회초를 모두 삼자범퇴. 6회초도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다.

특히 6회초 김범석을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8구 승부 끝에 김범석을 속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8개의 공 중 7개가 속구일 정도로 과감하게 김범석과 붙어 최고의 결과를 냈다. KT는 6회말 7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10-4로 승리했다. 3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후 손동현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상황과 관련해 “어제 코치님께서 준비하라고 하셨다. (성)재헌이 형이 첫 선발 등판이고 연패였기 때문에 빠른 타이밍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투한 중간 투수도 있어서 오늘 길게 던질 것을 각오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6회초 김범석과 승부를 두고 “변화구를 잘 치더라. 어제 홈런도 변화구를 쳐서 만들었다. 내가 직구가 좋은데 굳이 변화구를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붙기로 했다”며 “오늘 계속 던지면서 작년과 같은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이 모습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3이닝을 던졌지만 보직을 바꿀 마음은 없다. 손동현은 “내가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중간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며 “중간에서 열심히 하겠다. 야수 선배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붙으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결과는 모른다. 그럴 바에는 두려움 없이 붙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동현은 포수 강백호와 호흡과 관련해 “백호 형이 타자 입장에서 사인을 잘 내준다. 기본적으로 내가 던지고 싶은 것을 던지게 유도하면서 필요할 때는 코스와 구종을 정확하게 주문한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마운드 정돈이 필요한 KT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그렇다. 다행히 다음 주말부터 엄상백을 시작으로 선발 투수가 한명씩 돌아온다. 불펜진은 손동현이 작년처럼 필승조로 올라서는 게 중요하다. 잃어버린 조각이 하나씩 맞아 떨어질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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