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수신호가 사라진다. 수신호가 사라지면 주자 혹은 상대 코치가 사인을 훔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불어 포수와 투수의 사인 교환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피치컴(Pitch-Com)이 오는 7월 KBO리그에 상륙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3일 “7월부터 전 구단에 피치컴을 배포할 계획이다. 예상한 것보다 전파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7월 1일 인증이 완료될 것 같다. 인증이 끝나면 바로 미국에서 주문한 수량 만큼 배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송에 3~4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받는대로 피치컴 사용도 허용한다”면서 “구단마다 1군에 한 세트, 2군에 한 세트씩 배포한다. 2군 상무 포함 총 21세트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복잡한 기계는 아니다. 피치컴은 버튼이 설치된 네모 모양의 기계와 모자 안에 들어가는 작은 스피커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포수가 무릎 혹은 왼쪽 팔뚝에 기계를 부착한다. 버튼을 눌러 모자 안에 스피커를 부착한 투수에게 사인을 낸다. 구종, 로케이션 순서로 투수에게 사인이 전달된다. 가령 포심 패스트볼, 몸쪽을 누르면 투수가 “포심, 몸쪽”이라는 음성을 통해 포수 사인을 인식한다.

메이저리그(ML)를 시청하면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포수가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 버튼을 누르며 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투수는 원하는 사인이 나오면 투구 동작에 들어간다. 손과 눈으로 교환했던 사인이 버튼과 음성으로 바뀌면서 사인 교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는 피치 클락과도 맞물린다. 투수의 투구 시간을 제한한 만큼 빠른 사인 교환은 필수다. ML의 경우 2022년부터 피치컴 사용을 승인했고, 지난해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KBO리그는 올해 시범 경기부터 피치 클락을 시범 도입했는데, 피치컴은 빠졌다. 지난해까지 ML에서 활약한 한화 류현진이 피치컴 사용을 주장한 바 있다.

류현진은 지난 3월 7일 청백전에서 올해 첫 실전을 치른 후 “주자가 있을 때 피치컴 없이 피치 클락을 지키기 어렵다. 무주자시에는 상관이 없는데 주자가 있으면 사인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피치컴이 있어야 시간을 지키며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재님께 이 부분을 이미 말씀드렸다. 총재님도 이를 이해하셨다”고 밝혔다.

당시 KBO는 이미 미국 업체에 피치컴을 주문했고 사용을 위한 전파 인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다음 달부터는 한국에서도 포수와 투수가 수신호 없이 사인을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체험한 구단도 있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진행한 LG와 NC는 피치컴을 착용한 채 불펜 피칭에 임했다. 2월18일 LG 포수 김성우와 투수 강효종이 피치컴을 착용한 채 불펜 피칭을 했다.

당시 김성우는 “일단 사인을 주고받는 시간은 줄어들 것 같다. 투수에게 공을 받기 전에 미리 버튼을 눌러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확실히 빨라진다. 물론 경기에서 써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사인을 주고받는 템포는 이전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효종은 “모자에 얇은 스피커가 들어가니 신경은 쓰였다. 그런데 계속 던지니까 처음처럼 어색하지는 않더라”며 “일단 템포는 빨라질 것 같다. 원하는 사인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처음부터 원하는 사인이 나오면 금방금방 던지게 된다”고 피치컴 사용 소감을 전했다.

피치컴에 익숙해지면 피치 클락 적응도 한결 편해지며 위반할 확률은 줄어든다. 이듬해 정식 도입되는 피치 클락에 앞서 피치컴 적응은 필수가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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