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현재 마주한 현실이고 신속히 해답을 찾아야 하는 사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아시아쿼터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KBO 관계자는 지난 11일에 열린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를 두고 “아시아쿼터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했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넓고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며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선수도 보류 명단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연봉 규모는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등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선수협도 움직였다. 선수협 관계자는 “아시아쿼터에 대해 선수들이 대화를 나눴다. 이후 올스타전에서도 선수들끼리 아시아쿼터 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지 않을까 싶다”며 “아직 KBO로부터 아시아쿼터에 대해 전달 받은 부분은 없다. 그래도 선수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쿼터의 명분. 아시아쿼터에 포함할 나라의 범위 등은 정리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이다. 10년 전 정점을 찍었던 리틀 야구, 유소년 야구 인구가 하향 곡선을 그린다. 2016년 3500명을 훌쩍 넘었던 유소년 야구 인구가 2000명대로 뚝 떨어졌다. 올해 KBO리그 흥행지표가 ‘역대급’이라 해도 인구절벽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저출산의 파고가 한국 야구 미래도 집어삼킬 게 분명하다.

야구 인구 감소는 기량 저하로 이어진다. 기량이 떨어지면 리그의 가치도 하락한다. 언제 어디서든 해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수준 낮은 리그를 찾아볼 이유는 없다. 기존 외국인선수 외에 아시아 국적 선수를 추가 영입하는 아시아쿼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른 종목에서는 이미 시행됐다. 프로축구(K리그)는 2009년. 남자 프로농구는 2020년. 남녀 프로배구는 2023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시행했다. 여자 프로농구도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를 도입한다.

KBO리그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 시작점은 아시아쿼터 대상부터 결정하는 것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선수끼리 논의가 된 부분은 호주도 아시아쿼터에 들어가느냐였다. 아마도 KBO에서는 호주도 아시아쿼터에 넣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데 호주가 들어가면 사실상 기존 외국인선수 제도와 다를 게 없어진다. 구단은 호주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니까 호주 선수를 원할 텐데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외국인선수 규모가 팀당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행위원회도 같은 고민이다. KBO 관계자는 “호주에 대한 고민이 있다. 아무래도 야구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 저변이 넓지 않다. 호주를 빼면 사실상 일본과 대만뿐이다. 저변 확대를 생각하면 호주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일단 구단은 육성과 금액에 비중을 둔다. 기존 외국인선수 제도와 아시아쿼터가 차별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계약 규모는 현재 외국인선수보다 낮게 책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리그 수준 유지 혹은 향상과 더불어 사업 확장이다. KBO리그 수요를 국내로 한정 짓지 않고 일본, 대만, 호주로 넓히면 훨씬 풍족한 리그가 된다. 2018년 NC가 대만 투수 왕웨이중을 외국인선수로 영입했다. 당시 대만 팬들이 왕웨이중을 보기 위해 창원을 찾은 바 있다. 대만 스포츠 채널에서 KBO리그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 선수의 경쟁력 유지 및 향상도 고민해야 한다. 10구단 모두 투수난에 처한 만큼, 아시아쿼터 영입 대상도 투수 포지션에 쏠릴 확률이 높다. 선발진 5명 중 3명이 외국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면 국내 선발 육성은 더 어려워진다.

이제 시작이다. KBO 관계자는 “아직 시행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다. 아시아쿼터로 리그 전체의 틀이 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만큼 세부 설계를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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