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콘텐츠 업계가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배우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연기 갈증이 심한 배우들은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배우들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아예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한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멤버였던 조정석과 유연석은 뮤지컬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두 사람은 뮤지컬 ‘헤드윅’에 더블캐스팅돼 각각의 개성으로 무대를 평정했다.

연극무대에서 출발한 조정석은 2006년부터 출연한 ‘헤드윅’에서 뛰어난 캐릭터 해석과 표현으로 관객과 소통해 왔다. 조정석은 ‘헤드윅’ 출연과 더불어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예능감을 뽐낼 예정이다. 빼어난 노래 실력과 무대장악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맞춤 예능이라는 평가다.

2017년 처음으로 ‘헤드윅’ 무대에 오른 뒤 섬세한 연기와 탁월한 노래 실력을 보인 유연석도 7년 만에 다시 금발의 가발을 썼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까지 무대가 열린다.

유연석은 이와 더불어 SBS 예능 프로그램 ‘틈만나면’ 시즌1에서도 톱MC 유재석과 입을 맞췄다. ‘틈만나면’은 시즌1 호평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27년 만에 ‘벚꽃동산’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두 번째 연극이다. ‘벚꽃동산’은 세계 공연계가 주목하는 사이먼 스톤이 연출을 맡았다. 연이은 호평 속에서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 전도연 외에도 박해수와 최희서, 남윤호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배우 이상윤, 진서연, 안소희는 연극 ‘클로저’로, 배우 진선규와 이희준은 연극 ‘꽃, 별이 지나’로 무대에 오른다.

한 연극 배우는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참여하면서 공연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유명 배우들이 몸값을 매우 낮춰서 출연하고 있어, 연극계에서도 반기고 있다. 덕분에 연극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연계에 따르면 예스24 티켓 판매 기준 지난해 연간 공연 티켓 판매액이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뮤지컬이 47.0%, 연극이 42.7% 증감률을 보였다. 팬데믹 이후로 주춤했던 공연계가 살아나면서, 판매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손석구와 류준열, 이희준은 제작으로 눈을 돌렸다. 연예기획사 겸 제작사인 스태넘을 설립한 손석구는 숏폼 영화 ‘밤낚시’를 선보였다.

CGV에서만 개봉하며 단 돈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단편영화계의 신화 문병곤 감독이 연출했고, 현대자동차와 협업했다. 손석구의 새로운 도전에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편영화를 연출하겠다고 선언한 이희준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각본을 쓰고 있다고 밝혔으며, 류준열 역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감독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사실상 드라마와 영화 출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으면서 무대 연기나 제작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그간 바쁜 일정 탓에 도전하지 못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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