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김민규 기자]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오륜기 앞 링에 서고 싶다는 꿈은 이뤘지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시 기회가 올까’란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 하계올림픽 무대에 다시 한 번 서게 됐다. 한국 여자 복싱 간판스타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빛 펀치’를 날린다.

오연지는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극적으로 획득했다. 오연지는 지난 1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2차 세계예선 60㎏급 준결승에서 핀란드의 비타넨 빌마와 겨뤄 5-0 판정승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 체급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앞서 올림픽 쿼터 확보에 실패한 한국 복싱은 오연지의 파리행으로 자존심도 세우게 됐다.

오연지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못다 보인 기량을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마음껏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모든 순간을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진천 선수촌에서 만난 오연지는 “지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꿈만 같았다. 한 번의 기회도 감사했는데 이번에 파리올림픽까지 기회가 주어져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보완할 점을 더 훈련에 집중하고 매 시합마다 ‘준비한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마지막 기회인 2차 세계예선을 철저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모든 순간을 즐기고 싶다. 숙소에서 경기장을 가는 것부터, 그곳에서 생활하는 모든 것을 즐기겠다”며 “어쩌면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메이저대회 도전일 수 있기 때문에 첫 (도쿄)올림픽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연지는 국내에 적수 없는 ‘1인자’로 군림했다. 지난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17년 대회까지 2연패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선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따는 등 어려운 복싱 환경에서 ‘선구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복싱을 하며 힘들 때도, 행복했을 때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더 아물고 단단해졌다.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즐기겠다는 여유도 생겼다.

오연지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가 안 따라올 때 그런 순간에 ‘열심히 해도 안되는 건가’라고 느끼면서 힘들었다. 그런데 또 반대로 ‘내가 틀에서 벗어났다,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때는 행복하고 멘탈을 다잡을 수 있다. 내가 더 성장했기 때문”이라며 “올림픽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무대를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동안 늘 메달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인 올림픽을 즐겨보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자 복싱 레전더리’ 길을 걸었다. 어느덧 베테랑이란 수식어도 따른다. 다만 언젠가 한국 복싱은 비인기 종목이 됐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는 베테랑으로서 한국 복싱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오연지는 “한국 만의 복싱 스타일이 있다. 우리는 스텝을 이용한 빠르고 민첩한 복싱을 추구하며 수를 잘 쓰는 스타일이다”며 “내가 그 장점들을 잘 살려 보여줌으로써 한국 복싱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에서도 각종 대회가 많은데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널리 알려져서 한국 복싱이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팬들을 향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응원해주는 팬들이 큰 힘이 된다. 오연지는 “복싱이 비록 비인기 종목이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된다”며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마음을 받을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최고의 성과를 선물하겠다는 오연지. ‘라스트댄스’의 의미로 올림픽을 후회 없이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도 묻어났다. 베테랑 오연지의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을 응원해본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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