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방송가가 ‘빌트인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심리 범죄 예능’을 론칭하고 있다. ‘빌트인 시청자’는 특정 장르를 유독 좋아해 그 장르와 관련 콘텐츠를 몰아보는 시청자를 의미한다.

SBS ‘과몰입 인생사’, ‘국민 참견 재판’, MBC ‘도망쳐: 손절 대행 서비스’,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이하 ‘이말꼭’), U+ 모바일 ‘그녀가 죽였다’ 등이 올해 방송된 심리 범죄 예능이다.

성적도 준수하다. 박지선 교수를 앞세운 E채널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는 넷플릭스 7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일 TOP10에 오른 뒤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웨이브 실시간 인기 콘텐츠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를 비롯, E채널 ‘용감한 형사들’, KBS2 ‘스모킹 건’, AXN ‘더 풀어파일러’ 등이 상위권에 있다. 먹방과 여행, 스포츠 예능과 더불어 마니아 시청층을 확보하면서 대세 장르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을 앞세운 ‘이말꼭’은 ‘꼬꼬무’를 기획한 최삼호 CP의 신작이다. 푸근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의 김창완과 게스트로 스토리텔러를 앞세워 의뭉스러운 사건을 재조명해 범죄 예능 애청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심리범죄예능 장르의 장점은 비교적 낮은 제작비와 뚜렷한 마니아층을 통한 안정적인 인기, 유튜브를 통한 꾸준한 확장, 주요 출연진의 적은 리스크 등이 꼽힌다.

E채널 조서윤 PD는 “‘꼬꼬무’를 시작으로 범죄예능 장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강력한 ‘빌트인 시청자’층을 확보했다”며 “요즘 6회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새로운 기획을 짜야 한다. PD들의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범죄 예능만큼 익숙하면서 안착하기 좋은 장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VCR과 스튜디오 촬영이라 제작비가 타 예능 프로그램보다 30% 정도 낮다.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예인 패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야외촬영이 없다는 점에서 촬영 시간도 용이하다”며 “범죄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는 유튜브로도 콘텐츠를 즐긴다. 거의 모든 범죄 예능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한 끗 차이’도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연진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서 ‘스타 리스크’도 적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범죄 예능이 나오는 것에 우려가 생긴다. 워낙 자극적인 내용이 소재로 나오기도 하며, 이른바 모방 범죄의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선 모친을 죽인 아들이 인터뷰이로 등장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서사를 부여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삼호 CP는 “범죄 예능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검수가 이뤄진다. 법이 꼭 모든 범죄를 완벽히 처리하진 못한다. 가해자에 대한 서사일 수도 있지만, 억울한 범죄자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다. 예민한 소재이긴 하지만,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작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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