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를 흘리면서 황급히 무대를 벗어나는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총격 직후 연탁 밑으로 엎드렸을 때 수차례 “내 신발 좀 챙기겠다”(Let me get my shoes on)고 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요원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인 채 일어났다.

경호요원들은 곧바로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이어 불끈 쥔 주먹을 공중으로 수차례 치켜들면서 “싸워라(Fight),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쳤다.

충격과 공포에 질려 웅성거리던 지지자들은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서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의 본능적 연결, 현대 미디어 시대에 대한 숙달을 이보다 완벽하게 보여주는 순간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연단을 벗어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데 그치지 않고 피를 흘리는 얼굴 위로 주먹을 들어 보이면서 저항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NYT는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이를 ‘본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찡그린 표정을 연습하고, 비열해 보이는 머그샷 표정을 준비하는 등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해왔지만, 이번에는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총격 이후 주먹을 하늘 위로 치켜든 것은 한번만이 아니었다.

무대 계단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멈춰서서 같은 모습을 연출했고, 이때 관중들은 더욱 크게 함성을 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 차량에 탑승하던 순간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돌아서서 주먹을 한 차례 더 들어 올렸다.

공화당 기부자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빌 화이트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그(트럼프)는 무대에서 내려올 때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말했다. 다른 많은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싸우라고 말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고 조 바이든을 보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팀 버쳇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번 사건은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중에 주먹을 들고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쳤는데 이것이 우리의 슬로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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