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본을 받아보고 어떻게 이렇게 설계를 했을까 놀랐죠.”
SBS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은 고구마 줄기 같은 드라마다. 캐도 캐도 끝없이 이야기가 딸려 올라온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 중심엔 박준서(윤나무 분)가 있다.
‘커넥션’은 촉망받던 수재였던 그의 고교시절부터 죽음까지 얽힌 서사다. 인물 간 촘촘히 얽힌 커넥션과 흡입력 있는 전개에 힘입어 최종회 14.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SBS 드라마 최고시청률이다.
윤나무는 “배우들이 각자 준비해 온 것이 앙상블을 이룰 때 쾌감이 있었다”며 “지금 당장 본방 사수를 못하더라도 오랫동안 회자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준서는 부채 의식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친구의 사망을 목격하고도 말하지 못했다. ‘커넥션’에서 가장 선한 인물이지만, 딸 윤희의 희귀병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레몬뽕’을 만들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금형그룹 후계자 원종수(김경남 분)의 약 배달은 물론, 검사 박태진(권율 분)과 유통 사업까지 손을 댔다.
윤나무는 “사람이 극한에 몰렸을 때 내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저라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다만 준서 개인 의지로 이렇게 일이 일파만파 커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년 전에 재경(지성 분), 윤진(전미도 분)과 서클을 등지고, 종수 바운더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죠.”
의뭉스러운 종수 패거리가 모두 모인 날, 준서는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후 친구 정상의(박근록 분)가 ‘2대 닥터’를 자처했다. 마약반 에이스 형사 재경을 ‘레몬뽕’에 중독시킨 건 상의의 복수였다.
고교시절, 재경이 전학온 뒤 준서를 뺏겼다는 사소한 이유 때문이다. 준서는 강제전학을 당한 재경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주지 않은 것도 상의가 복수를 꿈꾼 이유였다.
“인간의 감정은 비슷한 거 같아요. 나는 상대에게 관심을 줬지만 상대가 나만큼 관심을 주지 않았을 때느끼는 그 서운함, 이런 게 심화하면 비틀린 우정이 되죠. 작가님이 캐릭터를 세세하고 임팩트 있게 써주셨죠. 그래서 시청자에게 공감을 샀다고 생각해요.”
윤나무는 준서를 흠모했던 상의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준서 입장에서는 상의가 왜 저렇게까지 갔을까 하고 너무 원망스럽고 안타깝고 슬펐을 것”이라며 “준서가 죽지 않았다면 그러지 말라고 끝까지 설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서는 사망 전 모든 걸 되돌리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금형그룹 원창수 회장(문성근 역)이 준서를 죽이면서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친구들이 준서가 뿌려놓은 단서를 추적한다. 경찰인 재경, 기자인 윤진, 그리고 보험설계사 주송(정순원 분)이다. 이들이 커다란 ‘커넥션’을 밝혀내며 사건은 막을 내렸다.
“대본을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첫 리딩 때 작가님이 준서의 서사를 미리 알려주셨어요.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렸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작가님이 천재인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뻗어나갔죠. 필력도 필력인데,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을 하셨다는 게 느껴졌죠.”
선하기 그지없는 준서의 얼굴은 윤나무의 연기를 통해 빛을 발했다. 얼굴을 갈아 끼운다는 표현이 맞아 떨어진다.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에서 연기한 안하무인 재벌 3세 이호성과는 180도 다른 얼굴이다. 그는 “연기를 할 때는 눈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람은 눈에서 다 드러난다. 연기할 때 내 자신을 믿고, 그 상황을 믿고 몰입해 연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나무의 목표는 ‘이기적이지 않고 누구하고도 잘 맞출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 지성과 전미도 배우의 애티튜드를 닮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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