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의 소개로 읽기 시작한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서문부터가 심상치 않다. 다음은 서문에 있는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 인간 종은 폭력 면에서 문제가 있다. 인간은 나를 해치려는 다른 인간들의 위협에 늘 쫓기면서 사는 존재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데 반전이 시작된다.

“가끔 우리는 폭력을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가 폭력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논점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진지하게 이 책에 대해 깊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자의 생각은 이어진다. ‘스포츠를 즐기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옳은 맥락’의 폭력을 즐기는 것이며, 팀을 이뤄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전열을 가다듬는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인간은 폭력을 중심에 둔 신학을 만들었으며, 때로는 폭력 사용에 탁월한 지도를 뽑는다. 심지어 온몸이 삐걱대는 나이가 되어서도 주말 농구경기에서 힘으로 상대를 밀어내는데 성공했을 때 자랑스러워한다’. 뭐 하나 반박할 예시가 없다.

마지막으로 집필 계기가 나온다.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이 악랄한 공격 행동일 수도 있고 자기희생적 사랑의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이 모호함이야말로 폭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폭력은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인간 경험의 하나로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저자는 “운좋게도 폭력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삶을 살아온 탓에 이런 현상을 식겁하리만치 무서워한다”며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포함한 행동에 대한 연구를 강조한다.

책의 제목은 ‘행동(BEHAVE)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이며, 저자인 ‘로버트 M. 새폴스키’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 생물학과 및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다. 인간을 비롯해 영장류의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필자는 그동안 호신술 칼럼을 써오며 다뤘던 ‘분노’, ‘공포’, ‘부끄러움’ 등의 감정에 의해 돌발적으로,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는 행동들을 이해하고 그에 대항해 즉각적으로 ‘올바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인간의 같은 종에 대한 폭력성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함께 있을 본성이라면, 우리는 이에 대해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세계 최강국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사건이지만, 그 시도가 실패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은 그 즉시 정치적 판도 변화에 대한 예상으로 넘어갔다. 심지어 SNS에서는 지금 유명해지고 있는 ‘그 사진’을 찍은 카메라가 뭐였는지, 렌즈가 뭐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통증이 얼마나 심했을지, 당시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그리고 이후 남겨질 트라우마는 없을지 등을 걱정하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앞서 다룬 것처럼 사람들은 이미 ‘폭력상황’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가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오히려 정치인이라서 이렇게 ‘관심’이라도 받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큰 의미 없는 그저 일반 ‘타인’이 어떤 폭력을 당했다면, 과연 사람들은 손톱만큼이라도 진심어린 걱정을 하거나 관심을 가질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고, 사건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노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JKD KOREA 도장을 운영하며 수련생들을 지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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