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티몬·위메프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구영배 큐텐 회장의 책임론도 커지는 가운데, 구 회장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불안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성공 신화로 꼽히는 구 회장은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인 ‘구스닥’을 모태로 G마켓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9년 성공가도를 달리던 G마켓을 3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에 이베이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구 회장은 이베이와 10년간 경쟁 금지 조약을 맺으면서 2010년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를 설립한 뒤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에서 인터넷 쇼핑몰 ‘큐텐’을 운영하고, 이들 쇼핑몰 상품 배송을 위한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도 만들었다.

구 회장은 10년이 지나 조약이 해제되자 2019년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을 만들고 국내 사업을 재개했다.

이후 티몬, 위메프, AK몰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확대해 유통 공룡 쿠팡의 대항마로 올라섰으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 몸집 불리기에 집중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구 대표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자본잠식 상태의 1세대 이커머스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해 덩치를 키웠는데, 지난 2월 미국 기반의 글로벌 쇼핑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달러(2300억원)에 사들이면서 이번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티몬,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고객결제금액을 최대 60일 보관 후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셀러에게 물건값을 지급해왔다. 문제는 큐텐이 이 기간 약 60일 동안 쌓인 판매대금을 인수대금으로 충당해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

결국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셀러들이 상품 판매를 중지·철수하면서 고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 공정위, 긴급 현장 점검…티메프 제재할 수 있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이들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티몬과 위메프의 ‘환불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앞서 회사를 직접 찾아 환불을 요청한 일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 환불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이를 중단했다.

밀려드는 환불 요청에 온라인 접수나 고객센터도 사실상 ‘먹통’이 된 상태다.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 또는 청약 철회를 요구하면 판매자는 이를 3영업일 내에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의 거래 구조상 환불 책임을 지는 판매자가 여행사 등 입점업체라는데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거래를 중개한 플랫폼이라 일차적인 전상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본 업체들이 소비자에 대한 환불 의무까지 떠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대금 정산이 되지 않아 플랫폼이 대금을 갖고 있다면 ‘연대책임’을 지고, 환불해줘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과거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플랫폼에 연대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없어 실제 법 적용이 가능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서비스 공급 계약 의무 위반 역시 계약 체결 주체가 여행사를 비롯한 판매사와 소비자라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자 피해 구제는?

티몬과 위메프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소비자 피해 구제가 이뤄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환불금 지급 명령에 해당하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나와도 티몬과 위메프가 이를 지급할 재무 사정이 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조사를 통한 제재보다는 분쟁조정을 통한 소비자 구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티몬·위메프와 소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집단 분쟁조정이 시작되더라도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결제한 대금 중 얼마만큼이 판매자에 넘어가 있는지, 이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경우 수수료와 위약금은 누가 내야 하는 지, 판매자에 대한 정산 대금과 소비자에 대한 환불 중 어느 것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지 등을 건별로 따져 배상 범위와 수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온전한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정위 조사나 분쟁조정 이전에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개별적으로 환불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인 셈이다.

티몬과 위메프 측은 자금을 확보하는 대로 추가 환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모회사인 큐텐의 중국 자본을 담보로 환불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도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가 현장점검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구조와 정산 주기, 자금 운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조사 및 제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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