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넬은 25년간 인디 1, 2집과 정규 앨범 9장 등 1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20대 때 발표한 1~4집이 20대의 치기어림과 우울함을 노래했다면 군 제대 후 30대 시절 발표한 5~7집은 현실을 깨달은 체념의 목소리를 담았다. 40대에 발표한 8~9집은 한층 여유있고 인생을 포용하는 듯 하지만 넬이라는 팀을 감싸는 어두움은 한층 강렬해졌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넬의 음악세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종완: 사람의 인생이랑 비슷해요. 20대는 불만 많고, 방황하다 30대 쯤 되면 어른이 된 것 같고, 40대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죠. 20~30대 때에는가사에 사적인 내용이 주가 됐다면 40대에는 사회 혹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얘기해요.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관철자 시점이 되는거죠. 좋은 관계, 씁쓸한 부분이 보여요.

지금 준비하는 다음 앨범은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최근 개인적인 아픔 (김종완 모친상·형제상, 이정훈 부친상)을 겪다보니 음악으로 다뤄야 한다 생각했어요. 작업할 때는 우울해질 수 있도 있지만 마음 속 아픔을 잘 풀어낸다면 정신적으로 도움이 돼요.

정훈: 음악을 대하는 자세만 놓고 보면 20대에는 치기 어린 마음으로 도전적으로 임했어요. 30대 이후 음악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 어렵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여전히 신나고 설레는 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요.

재경: 우리가 하고 싶은 곡들을 만들다보니 넬의 음악 세계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운드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반면 가사는 20대 시절 풍성했던 은유와 비유가 사라졌고 한층 직관적으로 변했습니다. 이건 세월의 흐름에 따른 것인가요?

종완: 제가 감동을 받는 포인트가 바뀌었어요. 젊을 때는 은유에 가려진 얘기를 들으면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감동과 위로를 받았죠. 지금은 직설적으로 얘기하는게 가슴에 와닿아요. 돌려 얘기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그런 행위 자체가 부차하게 느껴져요. 20대 때보다 제가 표현하고 싶어지는 게 명확해진 것도 있어요. 그 때는 불만과 외로움이 어디서 오는건지, 어떤 형태의 아픔인지 저도 몰랐거든요. 떠오르는 이미지를 글로 나열하곤 했어요. 지금은 100%는 아니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뚜렷하고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조금 더 명료한 표현을 쓸 수 있게 됐죠.

가장 최근 발표한 9집은 영화 시나리오처럼 구성했고, 상황이 구체적으로 떠올라 비교적 직설적으로 가사를 썼어요. 8집 앨범인 ‘컬러스 인 블랙’은 많이 어두운 앨범이에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죠. 가사도 직설적이지만 제가 숨겨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추후 해석해서 더 좋게 들린다는 리스너들이 많아요. 의도적이죠. 음악작업가가 어떤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았는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요. 제가 좋아했던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스매시 펌킨스의 음악도 그때그때 가사의 의미가 다르게 들리거든요. 저도 가사 수정할 때 이런 여지를 주고 싶었어요.

-곡과 가사를 쓴 종완 씨는 학창 시절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가사도 빼어나고 수준급 한국어 구사 능력을 자랑합니다. 말싸움으로는 종완 씨를 이겼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요. 비결이 있다면요?

종완: 어렸을 때는 영어를 들으면 한국어로 생각하곤 했어요. 한국에 와서는 한국어로 듣고 영어로 생각했죠. 양국의 언어가 혼재된 영향이 커요. 책을 많이 읽었다기 보다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음악작업을 할 때도 가사를 생각하며 써요. 생각나는건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하죠. 가치관, 가사, 라임, 운율 만든 것들, 영화 관람 뒤 드는 생각을 적곤 해요. 요즘에는 OTT가 방해요소예요. 집에서 쉬면 OTT에 빠지니 수동적인 형태가 되거든요.

‘기억을 걷는 시간’은 제가 아무리 노력하고 기억하려고 한들, 시간이 기억을 되돌리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에요. 시간은 인간이 거스를 수 없지만 기억은 조작과 왜곡이 가능해요. 이 곡을 썼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았어요, 지금처럼 OTT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많으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죠.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방해요소가 너무 많죠.

-곡을 계속해서 쓰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종완: 어떤 목적을 갖고 음악을 하지 않아요. 밥 먹는 것처럼 음악작업을 하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녹음을 해본 뒤 30년 동안 곡 작업을 안한 날이 드물어요. 누가 시켜서 한 적도 없어요. 제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이죠. 오히려 의식적으로 작업을 안 하려고 할 때가 있어요. 리프레시를 위해 1~2주 쉬는 거죠. 하지만 저한테는 음악이 제일 재밌고 안하면 답답하고 우울하고 짜증나요. 워크홀릭 면모가 있어요.

-노화를 느끼거나 아직 젊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요?

종완: 노화는 새로운 감정보다 익숙한 감정이 더 많을 때 느끼는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감수성이 떨어지는거죠. 저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도 처음 볼때보다 두번, 세번 다시 봤을 때 디테일이 느껴지고 식당도 두번째, 세번째 먹을 때 느낌이 다른 것처럼 감정도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가능하죠. 젊을 때 폭발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음악의 힘이지만 조금 더 깊이있게 분석하고 표현하는건 다른 힘이에요.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아요. 아마 술을 줄여서 인 것 같아요. 올해 처음으로 건간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에 용종 뗀 것 외에 건강했습니다. 간도 깨끗하다고 해요.(웃음)

살다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패션과 음악스타일이 돌아오고 있더라고요. 다 저희 젊을 때 익숙했던 것들이라 지금 MZ보다 이해도가 높아요. 아마 그들도 나중에 창피하게 느낄겁니다. (웃음)

정훈: 노화를 느낀 적이 없어요. 다행이죠. 체력은 지금이 더 좋아요. 어렸을 때 워낙 체력이 안 좋았거든요.

재경: 진정한 노화는 뭘해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때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몇 년전, 정신적으로 노화가 심했어요.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거나 관객들과 좋은 공연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아드레날린이 제 체력의 비결이죠. mulgae@sportsseoul.com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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